[오치우의 인물채집] 밥을 팔지 않는 밥장사 !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6-06 1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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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고 나름 고급진 브랜드 맛집의 주인장 은정동 대표가 말하는 맛의 철학이 남다르다.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 생각은 첨부터 없었어요. 아마 그랬다면 망했을 거예요." 

최소한 월 13억 매출을 올려야 100여명 직원의 월급을 겨우 마출 수 있다는 맛집부자의 대표가 한 말 치고는 뜨악하다.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다며 돌아가신 할머니 영정사진까지 내다 거는 세상에 이 무슨 ...

그는 최소한 10억원 이상이 투자된 식당체인들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물론, 직영도 있고 대리점형식으로 운영하는 매장도 있다.

현재 시점으로 전매장 흑자 행진이다.

핵심요인은 그가 '특별한 맛집'을 주장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식당을 차린 어떤 사람도 꿈은 한가지겠지요. '깜짝 놀랄만한 맛으로 언젠가는 특별한 맛집이 되고 말겠다' 하지만 제겐 '언젠가'라는 시한을 두고 식당을 운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오픈 즉시 흑자가 나면서 시작해아 하니까요." 

"특별한 맛집을 주장하지 않는다",  "오픈 즉시 흑자를 낸다"라는 그의 말이 요식업경영자의  말치고는 그야말로 선문답이라 참으로 생소했다. 

업계에서 나름 성공한 사람의 멘트 치고는 전혀 그럴듯 하지가 않다. 그래서 물었다. 

"특별히 맛있다고 주장하고 광고ㆍ홍보 기술을 총동원 해야 입소문나고 흑자가 나는 거 아닐까요?" 

빙긋이 웃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연다.

"특별히 맛있게 만들어서 특별한 고객만 한정적으로 상대한다면 즉시 흑자를 내기는 불가능 합니다. 보편적 기대치에 맞게, 그러나 '고급지게 넉넉하게'"

그의 경영방식은 여전히 불가사의 하다. 

"출판물 총판 보문당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해서 망할때까지 일을 했습니다. 한때는 출판물 전성시대가 있었지요. 좋은책을 만들면 총판에서 책을 매집하고 전국의 서점에 배포하는 과정에서 베스트셀러를 기획해내는 마케팅 기술들이 있었어요. 멋진 일이었는데 인터넷의 쓰나미에 한 순간에 사라졌지요. 인터넷에 실려온 컨텐츠파워가 출판시대를 밀어냈어요. 세상은 흘러가고 그 흐르는 속도와 방향이 저를 이곳으로 이끌고 왔습니다." 

강남의 고급진 식당체인 브랜드 다섯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는 그는 과거에 출판물 마케터 였고 한때 전국 대형마트에 20여개의 서점을 공동 운영한 적도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마음의 양식을 팔다가 지금은 육신의 양식으로 아이템 전환을 한 셈이다. 

"아마도 전생에 양식을 무지하게 축낸 전과가 있지 않았을까요?"

참 착한 남자의 웃음이다.

저리 착하기만 해서100명이 넘는 직원들 월급이나 잘 챙길 수 있을까 싶어서 에둘러 물었다.

"수익구조가 맞을려면 매출을 얼마나 올려야 가능한가?" 

"월 평균 13억 이상 해야 되거든요. 년 매출이 200억이 훌쩍 넘어야 안심이지요." 

밥을 팔아서 년 매출 200억원을 올리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할까? 잠깐 생각하고 있는데 눈치빠른 은정동 대표가 먼저 답을 한다. 

"잠자는 시간빼고 늘 생각합니다. 우연히 밥이 팔리지는 않으니까요? 답이 나오면 즉시 행 합니다. 다행히 저는 일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합니다. 주말을 싫어 하거든요. 저는 월요일을 기다려요 신나게 일을 시작할 수 있잖아요" 

직관과 스피디한 의사결정이 주특기인 그의 눈빛에선 흔히 말하는 '일벌레'나 '워커홀릭' 정도가 아니라 '광신도'의 신념이 느껴진다. 

"제일 좋아는게 일이고 잘히는것도 일이니 딴 생각 날 것도 없고 딴짓도 할 이유가 없지요"라고 말하는 그에게 진짜 궁금해서 급히 물었다.

 

"결혼은 했는가?" 장성한 아들이 있다는 대답이 빳빳하게 돌아왔다. 참 다행이다. 

년 매출 200억을 넘나드는 단단한 요식업체의 오너이고 직원 100여명에게 월급과 보너스를 책임지는 사람, 그는 어떤 곳에서 어찌 살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인천에서 3000만원짜리 전세집에 산단다.

그 집에 산지 이십년도 넘었단다.

영화 '투캅스'에서 월세집과 대저택을 몰래 오가는 부패형사 연기하는 배우 안성기의 표정이 떠올랐다. 

"부부 둘이 사는데 충분한 집에 살아요. 집을 왜 안사냐고 자꾸 묻는데, 집 살 돈이면 가게 하나를 더 오픈 하는게 낫지요. 백명도 넘는 식구들 먹여 살리는 재미가 나름 쏠쏠해요." 

강남의 핵심요지에 수십억들여 매장을 오픈 하면서 인천에 있는 3000만원짜리 집에 산다는 말을 누가 믿겠냐마는 사실이다.

"인천이 좀 멀긴 하지만 어차피 심야에 가면 차도 안 막히고 또 새벽에 출근하니까 별 문제 없지요. 제가 무일푼에 수십억짜리 가게를 오픈할 때 날 믿고 투자해 준 사람들도 어이없어 하긴 합니다." 

"가끔은 이렇게 일만 하다가 죽는거 아닌가 싶어 이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 싶은데 그게 다시 일인 걸 어쩝니까?" 

귀밑에 히끗한 머리칼이 비치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천진한 웃음이 그를 이렇게 키운 듯 하다.

"사람이 사람을 키우는 거지요. 출판시장에 거목처럼 서있던 보문당이 무너지고 뿔뿔이 흩어지는 후배들과 함께 마트내 서적코너를 거쳐 대형매장를 선배와함께 동업형태로 운영하다 오억이 넘는돈을 믿었던 선배에게 사기도 당해봤고 그때 일했던 동료 후배들의 퇴직금을 위해 아파트를 팔아서 줬거든요." 

오너도 아닌 사람이 아파트팔아 직원 퇴직금을 준 이유는 또 뭔가 물었다.

"식구 잖아요! 같은 일을 하고 같이 밥을 먹고, 그게 식구 잖아요. 그러니 굶을 때도 같이 굶어 줘야지요. 지금은 또 같이 일하고 밥을 먹을 수 있으니 멋지지요." 

큰집의 장남처럼 살아 온 그의 삶이 그대로 밴 업장의 분위기와 직원들의 태도가 남다르다.

"월급쟁이로 우리회사에 취직을 하지만 모두다 주인이 되어 갑니다. 스스로 운영주체가 된다는 걸 알거든요. 점장이 되면 매출부터 자금관리 인센티브 까지 직접 관리하게 합니다. 물론 자연스러 지분도 가지게 되니까 모두가 주인이 되고 식구가 되는 겁니다." 

코로나 시절에도 그는 10억대를 훌쩍넘는 매장을 여러개 오픈했고 "그때, 암에 걸린 매장직원이 싸들고 온 일억원을 은행이 아니라 가슴속에 담아두고 산다!"고 말했다.

지금은 기적처럼 오픈한 그 매장들을 모두 다 흑자 운영을 하고 있다.

"코로나가 와도 밥은 먹는다!" 는 그의 말이 터무니없는 설득력으로 각인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식구로 생각하고, 고객을 식구로 받아들이는 직원이 있는 식당을 경영하는 은정동 대표는 "우리는 밥을 팔지 않는다. 식구로서의 삶을 나눌 뿐!"이라고 말한다. 

참 외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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