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심상정의 길’이냐 ‘안철수의 길’이냐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5-26 11: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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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6.3 대통령선거의 막판 변수는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성사 여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 추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지지율은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20~22일 무선전화면접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45%, 김문수 36%, 이준석 10%였다. 이재명 후보는 전주 대비 6%p 하락했고, 김 후보는 7%p 상승했다. 이준석 후보도 2%p 올랐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추세가 한 주간만 더 이어지면 김문수 후보가 후보 단일화 없이도 이재명 후보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주처럼 급격하게 이재명 지지율이 빠지고 김문수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다만 이준석 후보와 단일화가 성사되면 김문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그런데 단일화 열쇠는 김문수가 아니라 이준석이 쥐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이재명 총통의 집권을 반드시 막겠다고 밝혔다. 그럼 우린 결코 다른 편이 아닐 것"이라며 "단일화 전제조건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가 제시하는 조건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아름다운 단일화로 함께 공동정부를 이끌어 가느냐, 정정당당한 단일화, 즉 100% 개방형 국민경선으로 통합후보를 선출하느냐 이 두 선택지밖에 없다"라며 공동정부 구성 또는 국민경선이란 단일화 원칙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사전투표를 고작 사흘가량 앞두고 여론조사 등을 통한 단일화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국민경선’으로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방안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말이다.


따라서 ‘공동정부 구성’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이준석 후보가 대선 레이스를 포기하고 양보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이준석 후보는 순순히 양보할까?


그건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에 달렸다. 김 후보가 지금 같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28일 이전에 지지율이 40%대를 돌파하면 이 후보도 ‘대승적 양보를 통한 보수진영의 승리’라는 대의명분 아래 양보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심상정의 길을 걷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3년 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0.73%p 격차로 윤석열 후보에게 패하자 진보진영은 2.37% 득표율을 기록한 심상정 후보를 향해 ‘패배의 원흉’이란 낙인을 찍었고, 그는 정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정의당이 지난 총선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하고 원외 정당이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이준석 후보가 그런 ‘심상정의 길’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철수가 엿새 전에 윤석열에게 후보를 양보했던 것처럼 일단 대선 레이스를 포기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면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물면 자신의 양보에도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 끝까지 대선 레이스를 펼칠 수도 있다.


다만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경우 이준석 후보의 득표율이 15% 이상이 되거나 최소한 10% 이상은 되어야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양 진영이 결집하는 대선에서 ‘제 3지대’ 후보가 그런 득표율을 기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3년 전 대선 당시 심상정 후보는 여론조사에는 한때 1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율이 기록하기도 했으나 막상 대선일이 다가오면서 양 진영이 결집, 그의 득표율은 3%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번 대선 역시 ‘제3지대’의 이준석 후보가 고집스럽게 완주하더라도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과 엇비슷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게 거대 양당체제인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준석 후보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비록 김문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패해도 간발의 차이로 패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된다면 이준석 후보로선 나름 정치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 주도권을 쥐고 40대의 젊은 당 대표가 되어 당을 변화로 이끌 수도 있다.


이준석 후보가 ‘심상정의 길’을 가느냐 ‘안철수의 길’을 가느냐 그 선택에 따라 정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고, 후일을 도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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