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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6·3 대선 경선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한 대법원의 이례적인 '속도전'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23일 대법원은 “내일(24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과 관련해 전합 두 번째 합의기일을 진행한다”라고 밝혔다. 전날 이 전 대표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바로 첫 합의기일을 열어 본격 심리에 착수한 지 이틀 만에 다시 속행 기일을 잡아 후속 합의 검토에 나서는 것이다.
대법원에서 전원합의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이뤄지는데, 전날에 이어 이틀 만에 기일을 잡고 속행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으로 재판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법원은 전날 오전 이 전 대표 사건을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인 2부에 배당했으나 조희대 대법원장은 곧바로 이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기도 했다. 이 후보 사건은 소부 재판에 따르기 적당하지 않고, 중대한 공공의 이해관계와 관련되거나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이기 때문에 전합에 부친 것이다.
그러나 통상 전원합의체 사건은 주심 대법관의 의견에 따라 전원합의체에 회부 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접 전합 회부를 결정한 것은 빠른 결정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조 대법원장은 선거법 사건에서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전심 후 3개월 내 선고해야 한다는 ‘6·3·3 규정’을 강조해왔다. 대법원장 취임사에서는 재판 지연 문제를 사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목하며,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기대’를, 민주당은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갔다”라며 “4인 재판관 체제인 3부 또는 2부로 갔으면 만장일치를 이루어야 하는데, 좌파 대법관들이 한 명씩 들어있어 만장일치를 이루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만장일치에 실패하면 그때 가서야 전원합의체를 올라가게 되는데 시기적으로 대선 이후가 될 것이 뻔했다”라며 “그런데 오늘 전원합의체로 갔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되었고 대법원이 파기자판까지는 몰라도 파기환송은 대선 전에 할 수도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어대명’ 분위기 속에서 대통령 행세하던 이재명 후보에게는 치명적이다.
이재명에게 ‘꽃길’과도 같았던 6.3 조기 대선 가도가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민주당 내에서 대법원의 속도전을 우려하고 나선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실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대법의 전합 회부 방침에 "(대법의) 극히 이례적인 속도전에 국민 시선이 곱지 않다"라며 "12·3 계엄 때 법관 체포나 서부지법 폭동 때는 공개 분노, 비판 없이 차분하던 사법부가 이상하다"라고 강한 의구심을 보였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도 "대법원은 '중요한 사건, 국민 관심이 많은 사건이어서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다'고 설명하지만, 너무 이례적이어서 만에 하나 혹시 안 좋은 결과가 나올까 걱정"이라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표 재판에 직접 개입해서 굉장히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전원합의부에 배부했기에 약간의 의구심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대법 전합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은 크게 세 가지다. 상고 기각 등으로 무죄가 확정되거나 유죄취지의 '파기환송', 대법원이 직접 형량까지 결정하는 '파기자판'이다.
만일 대법이 속도를 내 대선 전 이 후보의 무죄를 확정할 경우 이 후보는 탄력을 받게 된다. 반면 대법이 유죄취지로 파기 환송할 경우 이 후보의 대선 자격 논란이 불거질 것이고, 이 후보가 당선된 이후 파기환송이 이뤄지면 대통령 자격 논란과 함께 대통령 불소추특권 논란이 점화될 것이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이 "대법은 파기자판을 통해 유죄인지 무죄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이 후보가 대선 후보등록을 마친 이후 또는 당선된 후에 대법 판결이 나올 경우,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공정성에 대한 의심은 피할 수 없다"라고 신속한 판결 필요성을 내세운 것은 그런 연유다.
과연 헌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편파적인 운영으로 실추시킨 사법부의 명예를 대법원이 회복할 수 있을까?
헌재와 대법, ‘초록은 동색’이 아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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