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반려인 되기' 사료를 먹으면 백내장이 치료된다고?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6-07 11:31:47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신준호 ㈜어반포즈 대표



영양제 추천 좀 해주세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1,000만명이 넘는다.’는 뉴스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반려견을 마주하는건 너무나 흔한 일이 되었다.

펫팸족(Pet+family族), 펫 휴머니제이션(Pet+Humanization)과 같은 신조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반려동물은 어느덧 우리의 가족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엠브레인의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의 88%가 반려동물을 자신의 가족과 다름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에게 무엇이 아까우랴?

반려인들은 ‘우리아이’의 건강을 위해 지갑을 여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요즘은 동물 영양제 한두 가지 쯤 챙기는 것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사료를 먹여서 백내장을 치료한다고?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하다보니 필자의 스마트폰은 온통 반려동물 관련 제품광고로 채워진다. 요즘에는 반려동물 영양제 광고가 배너에 자주 등장하는데, 소비자를 기망하는 허위 과장 광고가 실소를 자아낼 때가 많다.

얼마 전에는 ‘강아지 눈 영양제’라면서 백내장 전후 사진을 놓고 마치 이걸 먹으면 백내장이 치료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망하는 광고를 봤다. 하도 기가 막혀 구매페이지로 들어가보니 ‘우리아이 백내장이 좋아지길 바라면서 3통째 먹이는 중이에요...’ ‘아이가 너무 잘먹어요’ 등의 후기에 화가 치밀었다.

문제는 이렇게 허위 과장광고에 마케팅비용을 쏟아붓는 제품들이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영양제의 정체는 ‘사료’이다. 사실 ‘영양제’라고 이름붙인 반려동물 제품들은 대부분 ‘사료’다. 사람으로 치면 ‘식품류’인 것이다.

사람의 경우, 식품에다 영양성분을 추가해놓고 백내장과 같이 비가역성 질환이 치료된다고 광고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약사법에 의해 엄하게 처벌(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받는다.

약사법 제61조(판매 등의 금지)

② 누구든지 의약품이 아닌 것을 용기·포장 또는 첨부 문서에 의학적 효능·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하거나 이와 같은 내용의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와 같은 의약품과 유사하게 표시되거나 광고된 것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저장 또는 진열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렇다보니 사람용 의약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의 경우 허위 과장 광고를 하지 않는다.

실제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입증된 건강기능식품조차 의학적 효능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

그래서 얼마나 들어있는데요?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동물용 제품들이 유효성분의 함량표시조차 표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강아지 백내장을 치료한다는 기적의 영양제(?)에도 사료관리법이 규정하고 있는 의무표시사항 외에는 어떤 성분의 함량도 표기되어 있지 않다. 루테인 등 눈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효성분 조차 ‘성분명’에는 기재되어 있으나 ‘성분의 양’은 어디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다.

1,000kg의 원료에 유효성분을 1g만 넣고 해당 성분의 기능성을 광고해도 소비자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원가가 비싼 유효성분을 충분히 넣고도 제품에 표기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물론, 유효성분이 많이 함유돼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고, 드물지만 지나친 고함량으로 장기복용 시 오히려 건강을 해칠까 우려되는 제품들도 있다.

실질적으로는 사료와는 다르게 인식되고 있는 동물용 영양제 또는 보조제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그 이전에라도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필자의 글을 읽은 독자님들은 아이에게 급여중인 영양제의 기재사항을 확인하시라. 그리고 독자님이 복용하고 있는 영양제와 기재사항을 비교해보시라.

독자님의 영양제와는 다르게 동물용에 유효성분 함량표시가 없다면 과감하게 중단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마도 그런 제품은 십중팔구 수의사나 전문가가 추천해준 것이 아니라 독자님이 허위과장 광고에 속아서 구매하셨을테니 말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