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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하늘을 날아가고 싶을 정도로 기분 좋아지는 말이 있다. 그러나 듣기만 하여도 싫을 뿐만 아니라, 아예 이 세상에서 없어져 버렸으면 하는 말도 있다. 바로 ‘아동학대’이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53,932건이고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37,605건이며, 아동학대로 연간 40명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아동학대의 주체는 부모가 31,486건으로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83.7%로 나타났다. 학대가 일어난 장소는 ‘가정 내’가 전체의 83.2%를 차지했다. 아동학대 대부분이 부모가 집에서 했다는 의미이다. 정말 자격 없는 부모요. 집은 있지만 가정은 없다. 그러나 ‘아직도 아동학대를 가정이나 개인사정으로 치부해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신고 되지 않는 사례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발생은 이 보다 훨씬 더 많은 수준 일 것이다.
아동학대는 그 실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가정 안의 숨겨진 범죄라는 특수성과 아동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미성숙하여 스스로의 인권을 주장하고 보호할 수 없다는 취약성으로 인해 문제의 심각성이 축소되고 사회적으로 외면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는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가 아동의 권리나 인권을 존중하기보다 아동을 단순히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과 잘못된 자녀양육태도, 부모의 개인적 특성 및 가정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가 상호 작용한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훈육·체벌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아동학대를 당연시 하거나 아동학대를 가정의 문제로 보고 무관심하게 지나치거나 심지어 은폐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고루한 인식이 아동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막고, 수많은 아동들이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상처받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러한 아동학대문제는 이제 가정 내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처해야 한다. 이세상의 모든 생물 중 사람이 타고난 유전적 소질을 토대로 해서 환경과의 상호작용 즉 경험에 좌우되는 정도가 가장 많다고 한다. 특히 아동기는 인간의 정신적, 신체적 발달에 가장 중요한 시기로 이때 기본적인 성격과 장래 행동의 기초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아동기 경험은 아동기뿐 아니라 성인기에 건강한 삶에도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만약 아동기에 적절한 양육대신 폭력이나 학대를 경험하게 된다면 아동은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뿐 만 아니라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건강을 해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아동들이 앞으로 이 나라를 짊어질 주인이기에, 이는 단지 아동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국가의 문제이며, 우리 미래의 문제이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아동학대의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인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되어야한다. 부모 자격 없는 자가 “내 자식 내가 마음대로 키우겠다는데 왜 간섭이냐고?” 한다면 “아동은 당신만의 자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요 희망이기에 우리 모두가 아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와 권한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 또한 국가와 사회는 가족과 가정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가해자와 피해아동의 특성에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과 치료프로그램을 제공해 가정이 아동에게 가장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해야 한다. 부모 자격이 없는 친권에 대해서는 국가가 그 친권을 제한해서라도 우리는 우리의 미래와 희망을 져 버려서는 안 된다. 아동학대 예방이야 말로 우리나라가 평화롭고 위대한 대한민국이 되는 첩경이다.
11월 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으며, 세상에 태어나고도 제대로 사랑받고 자라기는커녕 가장 사랑 받아야할 부모로부터 또는 어른들로부터 끔찍한 폭력에 노출되거나 버려진 아이들에게, 한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이 땅의 어른으로서 머리 숙여 사죄한다. 목숨을 부지하지도 못하고 학대와 방임으로 숨진 아이들의 명복을 빈다. 다시는 우리의 미래와 희망이 피지도 못하고 지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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