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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서 157명이라는 꽃다운 인명이 스러져 간 10.29 참사는 비극적이란 단어 이외에는 표현하기 어려운 사고였다. 이러한 참사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냉정하고 차분하게 살펴보는 일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지만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10.29 참사 원인을 엔트로피 법칙으로 설명하는 경우를 봤다. 엔트로피는 ‘무질서 에너지’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항상 전체 계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고 한다. 무질서 엔트로피는 질서 에너지로 바뀌지 않기 때문에 무질서 엔트로피의 증가량은 항상 0보다 크거나 같다.
예를 들어 군중이 운집하여 발생한 전체 에너지가 ‘100’이라고 할 경우 질서에너지 ‘50’이면 무질서에너지인 엔트로피가 ‘50’이 발생하여 총에너지를 유지하게 된다.
만약 엔트로피가 ‘70’으로 치솟게 되면 질서에너지는 ‘30’에 불과하므로 외부에 있는 정부의 관리에너지 ‘40’을 추가로 투입하여야 그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관리에너지 투입을 사전에 적정한 장소와 시간을 파악하여 적절한 시점에 조치를 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이 점에 대한 논리는 ‘엔트로피 법칙’이 아니라 ‘모래더미 게임과 임계상태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1987년 뉴욕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에서 세 명의 물리학자가 이상한 게임을 했는데, 그 게임 방식을 보면 탁자 위에 모래알을 하나씩 뿌리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모래알이 떨어져서 모이면 모래더미가 되고 급기야는 모래산처럼 점점 높이 쌓이다가 조그만 산사태가 일어난다.
그렇다면 어느 시점과 어떤 상황에서 어느 모래알이 떨어졌을 때 모래더미에서 산사태가 발생할까. 이상한 물리학자들은 그 이상한 게임을 수백만 번 실시하여 사태를 관찰했지만 ‘알 수 없다.’라는 결론을 내었다.
간단히 말하면 모래더미에 떨어지는 모래알 하나가 아무 영향도 일으키지 않거나, 작은 산사태 또는 큰 산사태 등 어떤 유형의 사건을 일으켜도 전혀 이상할 일이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모래알 하나가 일으킬 수 있는 엄청나게 많은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는 상태를 ‘임계상태’라고 부른다. 이 사소한 모래게임과 임계상태 이론은 지진, 폭풍우,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와 전쟁, 폭동 등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전쟁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소규모 분쟁과 거대한 전쟁 사이에 유의미한 구분이 없으며 모든 전쟁의 최초 원인이 똑같은 크기라는 것이다. 안정을 유지하는 힘과 불안정을 초래하는 힘 간의 팽팽한 긴장상태에 놓여 있다면 누구도 자신 있게 앞날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모래더미게임과 임계상태이론’를 고려한다면 ‘엔트로피 법칙’을 인용하여 돌발형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부를 비난하고 현장의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기에는 그 논리는 너무 단순하거나 편향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모래알 하나가 어떤 경우와 어떤 상황에서 어느 시점에 어떤 사태를 일으킬지 예측가능한지, 다시 말하여 과도한 군중운집상태에서 어떤 경우와 어떤 상황, 어느 시점에서 어느 행동이나 동작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여기부터는 관료집단과 전문가 집단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보다 정밀하게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여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뽑아서 대입해 봐야 한다. 그래야 위기관리 시스템을 더 나은 수준으로 구축할 수 있다.
10.29 참사 현장에서 희생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숨 가쁘게 뛰어다닌 경찰관들과 소방관들이 사고 발생 전후의 상황을 하나하나 복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격려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와 10.29 참사를 연결하는 등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면서 소중한 데이터들이 사라지고 있다. 서슬 퍼런 단죄의 칼을 들이미는 정국에서 누가 자처하여 진술하고 의견을 밝히겠는가.
할로윈 축제 기간 여러 지역에서 접수된 민원과 안전사고 발생 유형 및 빈도, 지형적 특색과 사고와의 연관성 등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와 시민들의 의견 그리고 일선 공무원들의 진술 등을 객관적이고 전문적 시각에서 모으고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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