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병, 할말은 한다] 인사청문회 제도 바꿔야 욕 안 먹는다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1-10 11: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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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병 전 국회의원



이번 이태원 참사로 인해 관련 장관 등에 대한 문책성 인사 요구가 거세다. 다른 정치 선진국들과 달리 주요 국가 현안이 부각되며 정치적 책임이 거론될 때마다 총리 또는 장관급 인사에 대한 해임이 그 중요한 해결 방안으로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인사 대상자가 대통령의 지명을 받게 되면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된다.


사실 우리 입법부는 원래의 3대 권능인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 법률 제·개정권, 예산 심의·결정권은 상당히 취약한 상태에서 엉뚱한 기능을 통해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크게 보면 2가지다. 하나는 정부 인사에 대한 비판적이거나 부정적인 언급을 통해 언론에 실려 대통령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인사 대상자인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통해 낙마시키거나 국회의 거부로 인해 대통령이 어쩔 수 없이 임명 강행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국회가 네거티브 차원의 간접적인 방법으로 정부을 압박하는 방식에 해당한다.


어쨌든 국회 인사청문회가 제도화 된 공식 절차로서 합법성과 정당성의 중요한 요건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제왕적 대통령제라 하여 정치권력이 대통령에게 편중되어 있는 우리 현실에서 헌법 원칙인 권력 분립의 원리를 실현시키는 한편 도덕성·전문성·업무적합성을 갖춘 인물 인가에 대한 국민적 판단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은 있다.


그렇지만 장관급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의 인사에서 인사청문회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과 한국 두 나라 뿐이다. 굳이 더 확대해도 필리핀 정도다. 폐지론이 거론될 정도로 폐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도가 여·야의 정치적 공방이 잦은 상황에서 야당의 공세 속에 대통령에 대한 인사 실패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더 강하다. 먼지털이식 검증을 통해 정책 역량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고 도덕성에 초점을 맞춘 공격적인 비난이 난무한다. 결과적으로 국민들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결과가 과반을 넘어서는 경우가 통상적이다.


실제로 인사 대상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 임명동의안이 가결되는 경우가 아닌, 후보의 자진 사퇴, 임명동의안 철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비채택, 국회 본회의 부결 등이 이루어지거나 국회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임명을 강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야당의 동의 없이 장관급 인사 34명이나 임명을 강행해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 모두 합친 숫자 보다 더 많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야당의 반대로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만 벌써 14명째다.


국회가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있어 바람직한 견제와 균형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고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미국의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상원에 공직후보자에 대한 후보지명서를 제출하면 시작되는데, 사전 조사를 통과한 후보자를 무조건 상원에 인준신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임위원회 위원장, 의회의 지도자, 정당 지도자들과 협의 과정을 거친다. 상대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철저한 중복검증 과정을 진행하고, 몇 달이 소요되는 충분한 심사 기간을 보장해서 검증된 사람만 임명하도록 한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후보자 중 거의 대다수가 인준에 성공한다. 대통령이 총 3000명 정도에 이르는 행정부 인사에 대한 임명권 가운데 행정부 고위직, 대사와 일부 공사·영사, 군 고위직, 연방판사 등의 1000명 정도가 상원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만 99%에 이르는 높은 성공률을 보이게 된다. 특히 도덕성을 중심으로 사전 검증을 철저히 진행해서 상원 인사청문회 때는 도덕성 검사를 마무리한 상태에서 전문성과 업무적합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다.


정밀하게 매뉴얼화 한 검증 시스템을 갖춰 개인과 가족 사항, 교육·직업 배경, 세금 납부, 경범죄, 전과 및 소송 진행 등의 200여개가 훨씬 넘는 항목을 놓고 백악관 인사국, 연방수사국(FBI)의 신원조회, 국세청(IRS)의 세무조사, 공직자 윤리위원회 등을 통해 검증한다. 후보자로 하여금 60쪽이 넘는 제출사항을 스스로 작성해 제출하게도 한다.


이제 우리 국회도 인사청문회 제도를 2000년 6월에 도입한 이후 상당한 시일이 흐른 만큼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는 방향으로의 개편이 필요하다. 우선 전반적인 시스템을 매뉴얼화 하는 일이 시급하다. 인사 검증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전문기구와 절차를 통해 도덕성 검증은 사전에 충분히 진행하는 한편 국회에서는 도덕성 검증을 하더라도 비공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자질과 능력에 초점을 맞춰 그 직책에 걸맞는 역량이 되는지를 놓고 검증하는 일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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