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의 회복, 민간이 먼저 나서자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6-13 1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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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이창호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강성 발언 파장이 한국과 중국 간 긴장을 상승시키고 있다. 한국은 ‘싱 대사의 언행’을 갈등 증폭의 1차적 원인으로 지목하는 반면, 중국은 “양국 관계 악화의 책임은 한국에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한미 동맹 중심 외교 노선’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외교 마찰 사태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 시각부터 엇갈리는 탓에, 갈등 해소는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중국은 단순히 ‘싱 대사 두둔’에 그치지 않고 있다. ‘대만 문제’를 포함해 한국의 ‘동맹 외교’ 노선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 직전, 한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양안 갈등과 관련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겠다는 미국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됐다.

중국 정부는 이 무렵부터 “도전에 직면한 중한 관계의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윤석열 정부를 거칠게 비난했다. 싱 대사가 이 대표와의 면담에서 대만 문제를 거론하며 “솔직히 중한 관계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말한 것도 윤 대통령의 대만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요컨대 갈등 해소의 ‘출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한중 양국이 서로의 문제에 대해 크게 자극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를 건드린 것은 ‘나는 너의 적’이라고 중국에 말한 것과 같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나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외교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는 이상 해결방안은 요원하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 핵문제를 논의할 때 한국의 입장을 반영해줘야 하고, 한국 정부도 대만 문제와 관련해 지금의 발언을 자제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지 않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최소한 상호 교환돼야 한중 관계가 관리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물꼬는 민간에서부터 터 나가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민간 사절들이 한중 양국의 정치적, 경제적 입장 등을 반영하며 차근차근 한 걸음씩 교류의 물길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동지적 관계에 있다. 이러한 한중관계의 기본 전제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과 중국의 정부가 섣부르게 나서지 못하는 험지에서부터, 민간이 외교 사절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주어야 할 것이다. 단언컨대, 그렇게 될 때에야만이 한중관계는 선린 우호의 친선 관계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민간 사절들은 한중관계에 있어 오래전부터 중요한 핵심 역할을 담당해 왔다. 중국에 한류열풍을 일으켜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외교 사절로서의 담당하기도 했고, 중요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손이 미처 닿지 않는 곳곳마다 한중관계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해 온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민간이 먼저 나서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부터 차근차근 한중관계를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지금 윤 정부에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친 편협한 외교정책이 아니라, 다자주의에 근거한 다채널의 광범위한 외교 철학이다. 외교에는 철학이 깃들어야 한다. 여기서의 철학이란 단지 국가 원수가 가지는 하나의 생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가지는 헤게모니를 가리킨다.

지금 우리는, 당장의 눈앞에 놓인 이익만을 좇아 편협하고 치우친 외교의 길을 걷고 있다. 윤 정부에게 요구한다. 지금이라도 좀 더 넓고 먼 미래를 향한, 지속가능한 외교 철학을 지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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