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패배의 원인을 당의 구조적 문제와 구태정치에서 찾았으나 정작 대선 기간 ‘선당후사’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당원들로부터 날 선 반발을 사고 있다.
홍준표 전 시장은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의힘을 “병든 숲”, “사욕에 찬 이익집단”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내가 30년 봉직했던 그 당을 떠난 것은 아무리 몸부림쳐도 대선은 무망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재명 정부 출범시 당이 해산될 수도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홍 전 시장은 특히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노년층과 유튜브에만 의존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며 이준석ㆍ김문수 단일화 무산의 책임은 누구에게도 전가하지 않겠지만 이미 구조적으로 희망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동훈 전 대표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국민은 불법 계엄과 그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에 대해 퇴장을 명령했다”며 기존 당 지도부와 기득권 세력 전반에 대해 비판적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면서 “지긋지긋한 구태정치를 허물고, 국민이 먼저인 정치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법 시스템을 권력자 1인을 위해 파괴하는 시도는 서서 죽을 각오로 막아내겠다”며 차기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두 인사의 잇단 비판에 대해 지지층 내부에서는 “선거 내내 뒤에서 팔짱 끼고 구경한 사람들의 책임 전가”라며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당원 A씨는 “경선에서 탈락한 뒤 하와이로 떠나 이준석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람, 대선 기간 내내 과자를 먹으며 라방을 하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라며 홍 전 시장과 한 전 대표 모두를 싸잡아 질타했다.
다른 당원 B씨 역시 “대선에선 침묵하더니 당권을 노리며 나서는 모양새는 납득이 어렵다”며 “마치 패배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 같다”고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정치권은 이들의 발언이 당권 구도를 선점하려는 ‘포지셔닝'이라는 지적이다.
홍준표 전 시장은 이미 탈당과 지방행정 경력을 바탕으로 당 외부의 도덕적 상좌를 자처하고 있고, 한동훈 전 대표는 침묵을 깨고 ‘개혁보수’ 이미지로 복귀를 시도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다만 두 인사 모두 대선 정국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점, 심지어 이준석과의 노골적인 균열을 보이며 거리를 뒀다는 점은 당원들의 반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이후 내부 혁신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선거 중 소극적이던 인물들의 ‘선언적 언사’가 당내 분열과 갈등만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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