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병, 할말은 한다] 상·하 양원제를 도입하자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0-20 12: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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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경병 전 국회의원
현경병 전 국회의원



양원제를 도입해 정치적 대립을 해소하고 통일에 대비하자

대한민국 국회는 이른바 ‘단원제’라 하여 대다수의 해외 주요국들과 달리 하원 하나만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법률과 예산을 비롯한 각종 국정 현안을 두고 상임위와 본회의 통과 때마다 결사적인 대립을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유럽, 일본을 비롯한 거의 모든 정치 선진국에서는 ‘상·하 양원제’를 채택해 시행하고 있다. 이유야 제각각이겠지만 양원제 시행을 통한 충분한 검토와 처리 과정의 제도화를 실현하고 있다. 양원에서 다양하게 논의 절차를 거치게 되고, 오랜 협의 후에도 상원과 하원을 각각 통과해야 처리되는 상황이 되면 상임위에서의 편법 처리나 본회의장 한 곳을 목숨 걸고 전장터로 만드는 폭력 국회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 정치의 권위와 조정 능력을 확보하는 이점이 분명히 있다. 특히 양원제는 정당의 극단적인 대립으로 인한 충돌과 의원들의 ‘너무나도 많이 쏟아지는’ 안이한 입법 발의와 법률안 제·개정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도 이젠 양원제를 도입할 때가 되었다. 국정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적 선택이라는 매우 합리적인 논거도 있다. 무엇보다 정당 정치가 의회 정치를 압도하면서 양대 정당이 정치를 주도하는 가운데 극단적인 대립으로 인해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더하다. 양원제를 통해 국회의 여론 수렴과 국정 조정 능력을 강화해서 정치의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남북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측면이 있다. 사실 남·북한은 인구수에서 2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나중에 통일 과정이나 통일 이후 대통령 중심제에서의 대선, 단원제에서의 총선을 치른다면 북한은 매번 패배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을 할 수 있어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통일의 걸림돌이 될 지 모른다. 이에 대비해 상원을 설치하여 통일 의회로서 인구수 비중에서 벗어나 남·북한 간 정치적 절충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안배를 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통일 대한민국은 인구수가 7800만명에 이르러 세계적인 인구 보유국가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에 충분한 도입 근거가 되기도 한다.


양원제는 2가지 형태가 있다. 제1유형은 상·하 양원제를 두되 국민의 대표로 구성되는 하원이 정권 장악과 국정 운영의 실체로서 역할하도록 하는 반면에, 상원은 영국·프랑스 등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듯이 전통적인 왕족·귀족·국가원로 또는 큰 공을 세운 인물 등으로 구성한다.


제2유형은 상·하원이 적당한 권한을 나눠 갖고 단원제에서 오는 극단적인 대립이나 일방적인 국정운영을 완충하도록 운영하는 제도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다만 쟁점 법안의 경우 지나친 검토와 조정으로 의회 통과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점도 있다. 지난 2011년에 미 의회를 통과한 의료개혁법안은 거의 100년 만에 통과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한국 실정에서 유럽처럼 상원을 구성해 왕족이나 귀족의 신분 세습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로지 21세기에 걸맞는 제도적 장치로서 상원을 구성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상원을 신분 세습의 방식을 반영하거나 고령의 인물들로 구성하는 방식은 최소화하는 한편 30대나 40대라 하더라도 유능한 정책 전문가이거나 교육·과학기술·사회복지·외교안보 분야의 인재들이 상원의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국민의 직접 선거로 구성되는 하원이 국민이 위임한 국민의 대표로서 주된 정치 권력을 장악하고 정치를 이끌어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다만 미국에서는 상·하원이 의회의 기능을 나누어 갖고 있는 데다 오히려 실권이 상원에 더 많은 까닭에 여기서 말하는 상·하원과는 상당히 다르다.


한국 국회에서 양원제를 도입할 때는 향후 이러한 국면들을 반영하되 반드시 감안해야 할 국면이 2가지가 더 있다. 먼저 명칭 문제다. 일단은 일반적인 관행에 따라 상·하원이라 하긴 했지만 앞으로 우리가 이 제도를 도입할 때는 이렇게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상원과 하원이라고 부르다 보니 계급적, 계층적, 수직적 용어처럼 들려 상원은 마치 높고 상위에 있는 조직 같아 보이고, 무엇보다 국민의 의사로 선출한 국회의 명칭을 하원이라고 낮춰 보는 것처럼 되기 때문이다. 사실은 영국이 Lords·Commons, 미국은 Senate·Representatives, 프랑스가 Senat(세나)·L'assemblee nationale(라쎔블레 나쇼날), 일본이 참의원·중의원이라 부르고 있듯이 한국도 양원제를 도입하면 상원은 전국의회, 하원은 국민의회 같은 식으로 이름을 지어 불러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의회 선거 시기다. 2차례로 나눠 실시함으로서 국민의 신임을 국회의원 임기 중간에 1번 더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양원제가 되면 서로 엇갈린 시기에 선거를 실시하면서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하원이 2년차 간격으로 시행되어 중간심판을 받는 형식과 내용을 갖도록 만들어 2년마다 주요 정당이나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정기적으로 반영하도록 제도화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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