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상수 한덕수 파괴력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4-21 12: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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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6·3 조기 대선 출마와 관련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라며 사실상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권한대행은 20일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대선에 출마할 것인지 묻자 “노코멘트”라며 이같이 답했다.


그동안 무성했던 ‘한덕수 출마설’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 발끈했다. 21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덕수 대행을 향한 온갖 험악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박찬대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자격 없는 총리가 '노코멘트'로 출마설에 연기를 피우며,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전면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농락하는 것"이라며 "한 총리는 지금이라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내란 수사에 성실히 응하라"고 쏘아붙였다.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노코멘트란 답변 거부이자 영어권 외교가에선 'Yes(그렇다)'의 다른 표현"이라며 "이럴 때 미국에서는 'Bullshit(헛소리)'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 장사에 정신 팔린 노욕의 ‘대통령 병자’가 선거 관리와 대미협상을 단 한시라도 제대로 하겠나"라며 "다가올 내란 수사를 피하려고 승산도 없는 대선 후보자로 바꿔 타려는 음흉한 방탄 속셈이 통할 줄 아나.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며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서도 대권 도전의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이재명 후보는 전날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영남권 지역순회 경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권한대행 인터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란 질문에 “그분의 노코멘트에 대해선 저도 노코멘트”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보니 한덕수 출마가 이재명 앞에 펼쳐진 꽃길 같던 대선 가도에 걸림돌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걸림돌이 갈길 바쁜 이재명의 걸음을 단지 더디게 하는 역할에 그치느냐 아니면 그를 넘어뜨릴 파괴력을 지녔느냐 하는 점은 아직 미지수다.


만일 이번 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2+2 통상협의에서 양국이 상호 윈-윈(Win-Win)하는 방안을 찾아낸다면 ‘한덕수 출마론’은 곧바로 ‘한덕수 대망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오는 24일 저녁 9시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미국 베센트 재무부 장관, 그리어 USTR(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한미 2+2 통상협의를 개최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TF 회의'에서 "미국 측의 요청으로 이번 주 양국의 경제·통상 장관이 만나 협의에 착수하게 됐다"라며 "정부는 '국익 최우선'이라는 원칙으로 미국과 차분하고 진지하게 협의하겠다"라고 밝혔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이 협상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는다면 한덕수 대망론에 탄력이 붙게 될 것이다.


이미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한덕수 출마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 버렸다.


김문수 후보만 "한덕수가 아니라 김덕수 등 누구라도 이재명을 꺾는다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했을 뿐, 홍준표 후보는 "한 대행은 탄핵당한 정부의 총리인데 선거에 출마겠다는 것인가"라며 "(한 대행 출마는) 극히 비상식"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후보도 한덕수 출마론에 “당당하지 못하고, 정직하지 못하다”라며 “출마하고 싶다면 우리 당 경선에 참여해서 검증받는 게 맞다. 검증은 피하고 경선(대선)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날을 세웠다.


이처럼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 역시 한덕수 대행의 출마론에 견제구를 날리는 것을 보면 한덕수 출마론이 단지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니라 이재명 일극 체제로 흘러가는 대선판을 일시에 뒤집어 놓을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공산국가인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보다도 높은 90%의 득표율을 보였다.


그런 이재명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한덕수 대망론이라면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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