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속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4-24 13: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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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대통령은 국민이 투표로 뽑는다. 대법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대법원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한 지 이틀 만에 추가 속행기일을 지정하는 등 재판에 속도를 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심지어 민주당 나팔수 김어준 씨는 유튜브에서 대법원장이 대선에 직접 관여하는 시도라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참 가관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이 투표로 뽑았지만, 헌법재판소가 파면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 그것도 헌재가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인가?


그것도 문형배의 음모인가.


민주당은 대법원의 속도전을 이례적이라며 날을 세우지만, 그보다는 선거법상 6·3·3 원칙(1심 6개월, 항소심 3개월, 상고심 3개월 이내 처리)에 따라 1년 안에 끝났어야 하는 재판이 2년 7개월째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더 이례적이다. 20대 대선 관련 공직선거법 재판 중 남은 것은 이재명 단 한 건뿐이다.


물론 대법원이 예상보다 빠르게 재판을 진행하는 건 맞다.


실제로 대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한 지 이틀 만에 추가 속행기일을 지정하는 등 재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 사건을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인 2부에 배당했으나 조희대 대법원장은 곧바로 이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기도 했다.


통상 전원합의체 사건은 주심 대법관의 의견에 따라 전원합의체에 회부 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접 전합 회부를 결정한 것은 빠른 결정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대법원장의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그게 맞다.


그동안 이재명 재판만 유독 완행열차가 되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상당히 무너진 것은 사실이다. 이재명의 재판 지연 전략 탓이다. 이를 바로 잡으려는 대법원의 의지는 박수를 받을만한 사안이지 결코 비난할 사안은 아니다.


민주당이 진심으로 이재명의 무죄를 믿는다면 오히려 신속한 재판에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되레 신속한 재판을 진행하는 대법원을 향해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겁박하는 걸 보면 민주당도 유죄 가능성을 크게 보는 것 같다.


그런데 법원 판결을 두려워하는 유력 정당의 대통령 후보라면 그건 정상이 아니다.


이런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었다.


재판에 가기 전 검찰에서 기소하는 순간 자격을 잃는 게 통상적이다. 민주당 당헌-당규도 그렇게 규정하고 있었지만,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해 그런 규정을 없애 버렸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재명은 벌써 정치 뒤안길로 사라졌을 것이다. 그걸로 이미 이재명은 정치 무자격자다. 전과 4범에 재판 중인 5개 사건 가운데 어느 하나 가벼운 범죄가 없다. 사법부가 제대로 했었더라면, 재판이 규정대로 진행돼 제때 판결이 나왔다면 이런 인물이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가 되는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대법원이 속도전으로 나선 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적처럼 정치 일정이 사법 판결보다 우선할 수 없다. 대법원이 법리 원칙에 따라 조속히 올바른 판결을 내려, 이 땅에 법치가 살아있음을 입증해야만 한다.


국민이 투표로 선출한 대통령도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에 따라 그 자리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국민이 뽑지 않은 대통령 후보를 끌어내리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이겠는가.


사법부는 정치권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입법부의 종속기관도 아니다. 엄연히 삼권분립 원칙이 지켜지는 민주국가의 사법부 위상을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유력 대권 주자의 재판 지연전술에 놀아난 사법부, 그로 인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대법원의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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