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처방전이 필요하다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7-24 13: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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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디지털 시대가 현대인들에게 신생활문화를 선물했지만, 더불어 건강의 적인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 스트레스는 요즈음 현대 의학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이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불안증, 불면증, 우울증 등 온갖 정신적 질환뿐 만 아니라,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심지어 암 등 온갖 신체적 질환이 발생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정신 건강 없이는 건강도 없다(No health without mental health)’는 모토를 앞세운다. 현대 사회에서 정신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가 2006~2007년 미국 하버드의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MGH) 우울증임상연구프로그램(Depression Clinical Research Program, DCRP) 연구원으로 있을 때에 심신의학(心身醫學)의 대가 하버드 의과대학의 교수인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 박사의 프로그램에 연수(硏修)한 바 있었다.

허버트 벤슨 박사는 병원을 찾는 환자의 25% 만이 약물치료, 수술 등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고, 나머지 75%는 심신의학을 통해 심신관리를 잘하여 자가 치유력을 높이면 나을 수 있는 환자들이며, 심지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25%의 환자들에게 조차도 심신의학을 통해 심신관리를 잘하여 자가 치유력을 높이면 더 큰 의학적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체적인 질환이든 정신적인 질환이든, 병에 걸리면 그에 합당한 치료적 도움을 받는 것은 지혜로운 처사이다. 그러나 그 어떤 치료도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병에 걸리면 치료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치유여야 한다.

그렇다면, 치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치료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치료는 의사가 병을 고치려고 하는 행위를 말하고, 치유는 자기 스스로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고 병의 원인을 낫게 하는 활동을 말한다. 치료는 질병을 가진 환자가 대상이고 전문가에게 위임될 수 있으며, 치료 받는 특정 기간이 있는 개념이다. 반면 치유는 우리 모두가 대상이고 위임될 수 없으며, 자신이 일생 동안 지속하는 평생 과정의 개념이다.

신체가 건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신의학에서 말하는 치유 처방, 운동하고 좋은 식이 습관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운동 처방전과 식이 처방전은 소위 생활습관병인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운동 처방과 식이 처방을 받고 평생 실천하는 것이 치유이다.

정신이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신의학에서 말하는 치유 처방, 스트레스 관리 즉 마음 관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마음처방전은 정신질환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마음 처방전을 받고 평생 실천하는 것이 치유이다.

우리가 살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지만, 마음의 상처를 잘 마주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는 우리들에게, 마음처방전은 건강을 위한 치유를 넘어 인생의 지혜이다. 노력은 온전히 우리 자신의 몫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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