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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기 무렵 삼한에서는 나라마다 별도로 읍(邑)을 세워 제사를 올릴 장소를 선정하는데, 이 장소를 ‘소도(蘇塗)’라고 한다. 이 소도는 성역이었기 때문에 당시 공권력의 힘이 미치지 못해 범죄자들의 도피처가 되기도 했다. 아무리 흉악한 죄를 저질러도 그곳에만 들어가면 함부로 끌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소도가 있는 주변에는 도적질이 성행하는 병폐가 생겼다.
만일 21세기 대한민국에 이런 ‘소도’가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아마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3 선거에서 승리하면 ‘대통령실’이 곧 범죄자 도피처인 ‘소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 이 후보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수원지법 등에서 총 8개 사건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서울고법) △위증교사 2심(서울고법)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1심(서울중앙지법)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1심(수원지법) △법인카드 사적 유용 1심(수원지법) 등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3개의 재판은 모두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실제로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 박정운 유제민)는 오는 20일로 지정됐던 위증교사 혐의 2심 공판기일을 변경하고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앞서 이 후보 측이 재판 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한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성남FC 비리 의혹 재판도 모두 대선 이후인 내달 18일과 24일로 모두 미뤄졌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기일을 변경하면서 “법원 내, 외부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해서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으나 사실상 사법부가 더불어민주당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파기환송심 관련 대법원 기록 송부와 재판부 배당이 이뤄지자,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탄핵, 청문회, 국정조사, 특검, 소송기록 열람·검토 기록 공개 서명 운동으로 압박해왔다.
좋다. 백번을 양보해서 국회 압도적 다수당 대선 후보인 만큼 선거 이후로 재판을 미루는 특혜를 받을 수 있다고 치자. 그러면 선거 이후에는 재판을 받고 죄가 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실제로 피고인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나마 연기된 재판마저 모두 중지될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공직선거법 사건 등 재판 지속 여부 논쟁에 불이 붙은 가운데, 민주당이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과 상관없이 이 후보 재판을 중지시키는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다음 날 발의됐다.
법무부가 “개정안은 특정인을 위한 법률안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대선 이후 형사재판이 확정된 피고인과 형사재판이 확정돼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사람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며, 헌법 68조와 충돌할 소지가 있어 평등원칙을 위배하고 위헌 소지가 농후하다”라고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막무가내다.
결과적으로 온갖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대통령에 당선되기만 하면 처벌하지 못하는 현대판 ‘소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과연 이것이 합당한 처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은 만인에게 공평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는 물론 설사 대통령이라고 해도 대통령이 되기 전에 지은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게 정의이고 법치이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대통령실이 범죄자의 도피처 노릇을 하는 소도가 되어선 안 된다. 이건 성실하게 법을 지키며 살아온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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