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 나온 진영은 망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5-21 13: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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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른바 '부정선거' 음모론을 최초로 제기한 자는 음모론의 대가로 꼽히는 김어준 씨다.


그는 18대 대선(2012년)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3.5%p 차로 이긴 것은 부정선거 때문이라고 했다. 개표가 조작됐다는 것이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구속된 직후인 그해 4월 영화 부정선거음모론을 다룬 '더 플랜'을 개봉해 상당한 돈을 챙기기도 했다. 투자한 금액의 3배가량을 챙겼다는 소리도 들린다.


영화에서 투표지 분류기가 '미분류'로 판정해 수개표한 박근혜 후보의 표 비율이 문재인 후보 표 비율보다 1.5배 높다는 의미인 이른바 'K값 1.5'라는 수치까지 제시했다.


지금 우파 진영에서 ‘K값’이라는 용어 대신 ‘대수의 법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을 뿐, 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는 없다.


그러면 다시 돌아가서 김어준이 부정선거 근거로 제시한 'K값 1.5'라는 수치는 타당한 것인가.


아니다. 당시 진보 성향 매체 뉴스타파가 분석한 결과 19대 대선에선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K값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비교할 때 1.6으로 나왔다. 한마디로 김어준의 주장이 엉터리라는 것이다.


결국 '더 플랜'에 출연했던 김재광 아이오와 주립대 교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19대 대선과 18대 대선의 K값이 비슷하게 나온다면 영화에 나온 주장은 틀린 것"이라고 시인했다. 그런데도 김어준은 지금까지 별다른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김어준의 부정선거음모론에 빠진 우매한 진보진영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민주당은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했다. 그러자 문재인이 직접 나서서 부정선거는 없다는 점을 진보진영 유권자들에게 알렸고, 그들이 다시 투표장을 찾으면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


지금은 반대로 황교안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패배하자 그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부정선거음모론을 띄웠다.


당시 총선 패배 요인은 비례용 위성 정당의 대표를 바꾸는 등 엉터리 공천이 원인이었는데도 면피용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띄운 것이다. 그 결과 그를 맹신하는 일부 보수진영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국민의힘은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는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이처럼 부정선거음모론을 제기하는 진영은 결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김어준이나 황교안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부정선거 망상에 빠진 유권자들의 투표 포기가 상대 진영에 도움을 주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 그 수준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논리도 엉성하고 끼워 맞추는 수준도 초등학생 수준을 넘지 못한다. 마치 사이비 교주에 빠진 광신도와 닮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필자는 아예 그런 자들에게는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1+1=3’이라고 주장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사람도 어리석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룬 다큐 영화를 관람했다는 한심한 소식이 전해졌다. 하필이면 탈당 이후 첫 행보가 부정선거 망상을 부추기는 다큐 영화감상이라니.


그게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보수진영 유권자들의 투표 의지를 꺾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인가. 지금 김문수 후보에겐 한 표가 아쉬운 마당이다.


투표를 독려하지는 못할망정 투표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부정선거 다큐 감상이라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부정선거가 사실이라면 누가 투표에 참여하겠는가.


그렇게 해서 김문수 후보가 낙선이라도 한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 것인가.


물론 선관위의 관리가 부실한 것은 맞다. 그러나 선거 관리부실과 부정선거는 엄연히 다른 문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다큐 관람은 부정선거를 인정해서가 아니라 선관위의 부실선거 관리에 경정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는 짤막한 메시지라도 나와야 할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부정선거 음모론이 나온 진영은 항상 선거에서 망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따라서 보수진영은 무엇보다도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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