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콜롬비아 ‘마약왕’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5-13 13: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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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1985년 콜롬비아에서 ‘마약왕’이라 불리는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법원에 보관된 자신의 범죄 증거를 없애기 위해 법원을 탱크로 밀어버리고 불까지 지른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었다.


에스코바르는 판검사들에게 ‘돈’ 아니면 ‘총알’을 선택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협조한 판검사들에게는 거액의 자금을 주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군사력을 이용해 안전도 보장시켜 줬지만, 협조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가 누구든 확실하게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


이에 따라 판사들은 법정에 드나들 때 복면을 쓴 채 얼굴을 가리고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만일 21세기 선진 대한민국에 에스코바르 같은 자가 있다면 어떨까?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 대한민국에 그런 사람이 있다.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자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향해 ‘총알’ 세례보다 더 무서운 입법 권력으로 겁박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를 지키기 위해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특별검사 법안을 발의했는가 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의 청문회를 오는 14일 열기로 의결하는 등 마구잡이로 입법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런 모습은 흡사 ‘망나니 칼춤’이 연상될 만큼 등골이 오싹하다.


민주당은 청문회를 통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심리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경위를 추궁하겠다는 무서운 계획을 세웠다.


사실 대법원장을 대상으로 청문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통상 대법원장은 모두발언 때까지만 참석하고 의원들의 질의에는 법원행정처장이 응했다.


그런 관례를 깨뜨리고 국회가 특정 재판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이유로 대법원장과 대법들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은 콜롬비아 마약왕이 말을 듣지 않는 판사들을 향해 무차별 총알 세례를 퍼붓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정치권이 사법부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행위로 삼권분립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법원 내에서 국회가 특정 재판을 심리한 판사를 불러 관련 내용을 묻는 것은 법관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는 주장이 많은 것은 그런 까닭이다.


실제로 헌법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101조 1항),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103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 재판을 문제 삼아 청문회를 소집한 것 자체가 ‘감사 또는 조사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라는 현행법 위반이란 지적도 나온다.


어디 그뿐인가.


민주당 이재강 의원이 전날 “대선을 불과 한 달 남겨두고 휘몰아친 일련의 과정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깊은 불신을 초래했다”라며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의한 사법 남용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발의한 것 역시 삼권분립을 흔드는 대단히 위험한 행위다.


특검법 발의에는 민주당 김용민·김우영·노종면·문금주·서미화·이광희·임미애·장종태·전진숙·정진욱, 조국혁신당 김준형·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참여했다.


특별검사 후보는 민주당·조국혁신당이 각각 1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자기들 멋대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인에게 불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했다고 대법원장을 특검하겠다고 나서는 건 공당이 아니라 정치깡패”라면서 “이재명 민주당이 대한민국을 40년 전 마약왕 전성시대의 콜롬비아보다 더 후진 나라로 만들고 있다”라고 쏘아붙인 것은 그런 연유다.


이재명 후보는 콜롬비아 국회의원까지 지낸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비참한 최후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승승장구하던 에스코바르도 법원을 탱크로 밀어버리고 불까지 질러 자신의 범죄 증거를 없애려고 했으나 결국 감옥행을 피할 수 없었고 탈옥하다가 끝내 사살당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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