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에 뜻이 있다면 대선 승리 도와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5-27 14: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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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6.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본질은 추악한 당권 욕이다.


김문수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승리하고 ‘후보 교체’ 논란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지만, 그와 경쟁을 벌였던 사람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었다.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10%대에서 많게는 20%대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었다.


그러니 어차피 큰 격차로 패배할 선거에 굳이 발을 담글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 선거라면 오히려 자신이 나서지 않는 게 나중에 당 대표 경선에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가 경선 탈락 이후 한동안 김문수 후보의 지원 유세를 거부하고 과자를 먹으면서 한가하게 '라이브 방송(라방)'을 한 것은 그런 이유일 게다.


한 전 대표는 처음 지원 유세에선 "지난 경선 때 몇 명이 짜고 사기 쳐서 저 이겨 먹은 거 아닌가. 여기 이렇게 빨간 옷 입고 2번 달고 호구처럼 나선 건, 저 친윤 떨거지들의 호구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바로 여러분과 대한민국의 호구가 되기 위한 것"이라며 사실상 지원 유세를 빙자해 친윤계를 공격하며 대선 이후의 당권 경쟁에 뛰어든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대선을 외면하고 하와이로 가버린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예측이 빗나가고 말았다.


이재명 지지율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두 후보 간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지거나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된 것이다.


누가 승리하든 격차는 5% 안팎을 벗어나기 어려운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 지원 유세를 거부하거나 형식적으로 응했다가는 대선 이후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패에 상관없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 ‘제9회 지방선거 공천권’을 쥐는 당 대표인 만큼 계파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대선 기여도·책임론’이 주요 쟁점이 될 것 아니겠는가.


김문수 후보가 승리하면 논공행상에서 제외될 것이고,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면 지원 유세를 거부한 사람들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 추방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한동훈 전 대표가 뒤늦게나마 ‘김문수 옷’을 입고, 본격적인 유세에 돌입한 것은 그런 사태를 우려한 탓일 게다.


그런 차원에서 한 전 대표가 김문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것은 잘 한 선택이다.


이재명 ‘총통 시대 저지’라는 대의명분에도 맞는 일이다.


당권에 뜻이 있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김문수 후보가 승리하면 당원들은 그의 승리에 공이 많은 사람에게 후한 점수를 줄 것이고 그게 전당대회에서 승리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반대로 김문수 후보가 분패하면 다른 사람들에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김 후보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당원들의 요구가 빗발칠 것이고 그를 전당대회로 다시 불러낼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김문수 후보는 대통령 아니면 당 대표다.


따라서 당권에 욕심이 있다면 김문수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당권 경쟁자 명단에서 이름이 빠지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한 표가 아쉬운 마당이니만큼 설사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더라도 모두 끌어안고 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친한계 조경태 의원이 이날 윤상현 의원의 공동선대위원장 임명에 반기를 들면서 어깃장을 놓는 추태를 부렸다. 단일 대오를 형성해야 할 마당에 ‘친윤’과 ‘친한’ 편 가르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다 김문수 후보가 대선에 패하면 한동훈 당권도 없다는 걸 명심하라. 누구든 당권에 뜻이 있다면 김문수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역할부터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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