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병, 할말은 한다] 국회를 소위원회 중심으로 바꾸자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0-18 14:02:3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현경병 전 국회의원



국회의원이 의정 활동에서 가장 중시하는 무대로 ‘본회의’를 생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 다음으로 중시하는 곳이 ‘상임위원회’이다. 의원이 돋보일 수 있고 언론에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위원회를 비롯해 공청회, 정책토론회 등은 아예 취재 대상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인 상황에서 외면 받고 있다.


통상 의원들은 상임위 활동에서 질의를 통해 장관을 비롯한 정부 인사를 질타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방송되기 때문에 자신의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거나 나타나면 내용과 수준을 갖춘 채 잘 진행하다가도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서류를 들고 흔들며 장관을 질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임위원회에서 소리치는 모습을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도 않는다. 기껏 나와 봐야 언론에서는 비판적인 보도들로 채우는 경우가 많고, 이를 본 국민들은 화를 내며 욕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상임위원회가 제 구실을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국회는 기획재정위원회, 국방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의 상임위원회가 16개에 윤리위와 예산결산특위까지 해서 특별위원회가 2개가 상설로 유지된다. 여기에 특정 과제나 국정 현안을 놓고 여러 임시적인 특위들이 구성된다. 그러다보니 상임위별로 소속된 의원들이 너무 많아 법률과 예산을 포함해 다루어야 할 정책 의제들을 제대로 살피기도 어렵다.


의원들이 상임위 차원에만 매달리면 너무 포괄적인 관장 업무에 쫓겨 정책 전문성도 늘지 않고 정부를 상대하기에도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각 소관 정부부처의 장·차관은 물론이고 엄청난 전문성과 내공을 갖춘 행정관료들을 무슨 수로 상대하겠는가. 게다가 외청이나 소속 공공기관 등까지 포함하면 수박 겉 핧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의원이 주력해 활동할 정치의 장은 소위원회가 되어야 한다. 각 상임위별로 다시 세분해 나누어지는 소위원회가 내실 있게 의정활동을 벌일 수 있는 진정한 무대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처럼 법률, 예산, 청원 등의 3개 소위로 나눠 절차적인 구분 아래 운영되는 현행 제도는 고쳐져야 한다. 정책 분야별로 다양한 소위를 구성해야 맞는다. 예컨대 정무위원회 같으면 금융, 대민, 보훈, 국책연구소 등으로 구분해 의원들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사실 의원들이 심도 있는 내용 중심의 국정 활동을 벌이려면 상임위 안에 분야별로 몇 개의 정책소위를 구성해 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지금처럼 당연한 듯이 장·차관을 참석하게 하거나 관련 공무원들까지 떼를 지어 자리를 지키게 하는 구태를 척결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나 방청객까지 자리잡아 분위기가 어수선하거나 언론과 시민단체까지 참여해 북적거리는 현재의 방식을 고쳐야 한다. 사실 외국에 가면 이렇게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스웨덴 의회에서는 정부 공무원의 좌석조차 없다. 굳이 정부측 설명을 하거나 국회에서 필요한 사항을 들으려면 그 때만 시간을 배정해 설명을 듣고, 끝나면 의원들끼리만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수준 높고 내실 있는 소위원회 활동을 진행하려면 회의실에는 의원들이 주가 되고, 외부 인사는 최소한의 참여 아래 운영하는 방식이 바람직한 것이다. 필요할 경우에만 정부 쪽 대상자를 명확하게 적시해 해당 국·과장 공무원을 불러야 하며, 대외 개방을 할 경우에도 가급적 참여자를 지정해 제대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


국회에서 위인설관 차원에서 편의적인 특위를 너무 남발해온 관행도 고쳐야 한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하는 일도 거의 없으면서 예산만 꼬박꼬박 사용하며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밖에도 국회 공식기구인 정책모임이나 연구단체가 넘치고, 외교협의회도 너무 많다. 여기에다 의원이 속한 정당의 각종 당직까지 겸하다 보니 의원별로 직책이 공식적인 것만 해도 10~20개 이상을 겸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한 의원들 개인 모임이나 취미, 종교 모임도 많고 정책연구나 공부를 위한 모임까지 더하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 불필요하거나 지나치게 중복되는 국회나 정당의 직책들을 대폭 통합하고 줄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회가 운영 상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는 현재의 방식을 고쳐 소위 중심의 일하는 국회로 만드는 제도화만 잘해도 능력 있고 실적을 내는 국회로 만드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 정치의 정책 역량의 제고와 안정성 확보는 물론이고 국민의 신뢰도 높일 수 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