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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국회에 대한 강한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예산 편성권을 행사하지 못할망정 심의라도 제대로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데다, 법정기일 내에 본회의 통과를 못하면 준예산을 편성해야 할 처지다. 이런 가운데 회기 내내 거대 야당의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 속에 여·야의 정쟁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국정과 민생은 없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제기될 때마다 국회의원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 200가지가 넘는 특권을 누린다며 맹비난을 받는다. 그러나보니 혜택만 받는 특권층 중의 특권층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리 밉고 못마땅하더라도 사실은 사실대로 알아야 한다.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특권은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비행기 1등석, KTX, 배편 이용 시 전액 무료는 전혀 근거가 없다. 통상적으로 공무로 해외로 나갈 때 1등석이 아니라 비즈니스 좌석 티켓을 지급한다. 철도 이용권은 폐지된 지 오래다. 배편 이용비는 애초부터 일반 승객과 똑같이 내야 한다. 병원 비용과 가족 진료가 무료라지만 전혀 사실과 다르며,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려워 거의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국회의원이 골프장을 이용할 때 사실상 회원 대우를 받는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규정과 근거조차 전혀 없는 허위사실이므로 국회의원의 특권이 아니다. '국고 지원으로 연 2회 외국 시찰이 보장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의회 외교 활동은 연초 수립된 '의회외교 활동계획'에 따라 추진되며 연 2회 보장도 없다. 아울러 '국회의원은 민방위, 예비군 훈련이 면제되는 특권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회의원이 면제되는 것은 국가 주요 업무를 수행하는 자를 제외하는 관련 법에 따른 것으로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경찰·소방공무원 등도 제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국회의원만의 특권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국회 내부의 양의원·한의원, 체력단련장, 목욕탕 등의 편의시설과 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특권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정부,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민간 기업들도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 이러한 시설들을 점차 늘려가고 있는 현실과의 비교도 필요하다.
국회의원의 세비가 너무 많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외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체로 비슷비슷하다. 특히 세비 만을 단순 비교하기 보다 의원에 대한 지원 규모 등을 놓고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하는데, 미국은 17.4만달러로 우리 보다 높고 일본은 세비와 별도로 수당을 지급하는 등 단순 비교는 어려우며 우리가 지급하지 않는 지역사무실 및 주거시설 임대료 등을 지원하거나 겸직 허용 범위에서 다른 실정도 감안해야 한다.
국회의원연금으로 불리는 헌정회 연로회원지원금은 19대 의원부터 적용되지 않아 지금의 현역 의원들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 18대 이전의 경우도 65세 이후 지급하지만 재산이 6억원 아래라야 하는 등 각종 요건이 까다로워 그 수령자가 2022.10월 기준으로 306명이다. 이마저도 폐지론이 강하다. 의정연수원 이용을 거론하지만 국회 사무처 또는 보좌진들이 이용하지 의원들이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국회의원에게 200가지 특권이 있다는 주장은 2014년 한 연구단체에서 발표하면서 널리 퍼졌다. 여기에는 업무 수행상 필요한 국정조사, 자료요구권 같은 권한과 역할까지 포함하고 있어 실상과는 너무 다르다.
사실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특권은 헌법에 보장한 2가지다.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다. 이는 민주국가에서는 보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면책특권을 악용해 '아니면 말고 식' 발언을 일삼거나 불체포특권을 악용해 '방탄 국회'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잘못된 관행으로 고쳐야 한다. 특히 우리 국회는 여·야 모두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로 합의해 현실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금처럼 민주화가 뿌리내린 현실에서 최소한의 적용은 보장하더라도 일반적인 적용을 없애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한다. 다만 개헌 사항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어야 한다.
어쨌든 이러한 특권 논란은 국회의원이 부여된 권한과 역할에 비해 국정 수행 역량과 실적에서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이 낳은 문제이다. 더욱이 국회의원이 국민들의 요구 수준에 부응하지 못한 현실에서 많은 비난을 불러온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국회 차원에서 특권 논란을 가져오는 사안이 있는지를 찾아내 국민 의혹에 대한 근원적인 해소를 위한 전반적인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 공항 VIP실 이용이 업무 편의상 제공한 우대 사항이라지만 기본적으로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할 경우 명확한 기준을 정해 엄정하게 적용하는 등의 접근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원들이 주어진 권한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국민 친화적인 국회로 거듭나는 노력까지 더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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