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병, 할말은 한다] 방탄 국회 걷어내야 한다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1-12 14: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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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병 전 국회의원



지난 해 12월 국회의원들은 노웅래 의원의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 직접 출석해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어가며 증거가 차고 넘치는 만큼 반드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과반 의석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려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개별 표결 방침으로 미룬 채 압도적인 표 차이로 부결시켜 버렸다. 1948년 제헌국회가 출범한 이후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 부결은 총 17건이 나왔는데, 현재 임기 중인 21대 국회는 가결 3건 이후 노웅래 의원 부결이 나온 것이다.


과거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불체포 특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한 바가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불체포 특권 폐지를 공약했고, 이어진 6월 지방선거에서도 “100%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겨우 반년 만에 벌어진 노 의원 사례에서는 정반대의 입장을 드러냈다.


노 의원의 체포 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국회는 물론이고 정치권과 국민 전반에서 온통 이 문제에 사로잡혀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정작 이렇듯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거취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곧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되는 절차를 거치면서 체포 동의안을 처리해야 할 상황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와 수사 중인 사안들이 워낙 많지만, 일단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조사 결과에 따라 소환 조사 후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 달 28일 검찰이 소환 조사를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거부했다.


이 대표는 그 과정에서 야당이 가진 3대 방패를 모두 앞세웠다. 민주당이라는 정당, 호남이라는 지역기반, 문재인이라는 인물이다. 지난 28일 소환 조사를 요구한 날 민주당의 격렬한 반대 공세 속에 호남을 방문하면서 불응한 채 자신을 지키고 있다. 며칠 후 문 전 대통령을 방문해서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당력 결집을 내세웠다. 이런 가운데 거대 야당의 힘을 앞세워 앞으로도 자신에 대한 소환 불응은 물론이고 관례상 휴회하는 1월 중에도 임시국회를 소집해 체포 동의안이 제출되더라도 거부하며 지켜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외에도 변호사비 대납 사건, 부인 김해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허위사실 공표 선거법 위반 사건 등등 검찰이 소환 조사해서 구속 기소하려는 사안들이 줄줄이다. 이미 20대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중에 자살해 숨진 대장동 실무자인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개발사업1처장을 ‘성남시장 때는 몰랐다’고 주장하고는 끝내 소환에 불응해 검찰이 서면 답변만 받고 기소해야 했다.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부인·아들 등 유가족들의 “진상을 규명해 달라”는 절규를 잊지 않고 있다. 고 김문기 씨의 유족들 역시 호소하고 있는 것처럼 그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이나 이 대표는 어찌 된 게 하나같이 부하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거나 이른바 ‘자살 당했다’고 말할 정도로 죽게 만들고는 내 몰라라 하며 자기 살 길만 찾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태도는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더 이상 권력에 희생 당해 죽음으로까지 내몰리는 국민이 나와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에서라도 그 억울함을 밝혀내서 진짜 사고를 저지른 실체적 존재에게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앞으로 한두 명이 아니라 수십 수백명 내지 수만 수십만명의 억울한 국민들이 나타날 지 모른다.


현 시점에서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국회의 회기가 종료된 후 새로 임시국회를 소집하기 전까지 공백 상태인 기간을 활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집행하면 된다. 또 국회에서 체포 동의안이 부결되거나 처리되지 못하면 일단 예정대로 불구속 기소를 진행해야 맞는다. 사정당국은 법원의 영장 처리를 통해서 민주당의 주장처럼 ‘검찰의 야당 탄압 수사’인지 ‘방탄 국회를 열어 제식구 감싸기’를 하는 것인지 얼마든지 판가름 짓고 국민적 판단을 얻어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지기 전에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는 한편으로 분노한 여론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불체포 특권은 물론이고 문제가 되고 있는 면책 특권에 대해서도 개헌을 통한 폐지 또는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하도록 고쳐야 한다. 우리가 방심하는 사이에 또 다시 희생되고 만 고 김 처장 유족들의 억울한 호소를 잊지 말아야 한다.


“사건의 실체가 하루빨리 낱낱이 밝혀지기 만을 바랄 뿐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더는 억울한 죽음이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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