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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국민들로부터 듣는 가장 따가운 말은 ‘한 일도 없는데 세비가 아깝다’는 것이다. 언론까지 나서서 국회의원 세비가 몇 %만 높아져도 고액 연봉이라며 ‘뭘 한 게 있다고 국민 세금을 더 가져가느냐’면서 목소리를 높인다.
통상 국회의원 세비는 국회의원들이 받는 월급여로 경우에 따라 수당 또는 급여·연봉 등 여러 표현들이 사용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세비는 월 평균 1285만5280원이고, 연간으로 합치면 1억5426만3460원이다. 크게 보면 수당, 상여수당, 경비로 나눌 수 있다. 수당은 일반수당 690만7300원, 관리업무수당 62만1650원, 정액급식비 14만원이고, 상여수당은 정근수당 690만,300원과 명절휴가비 828만8760원이 있으며, 경비로 입법활동비 313만6000원과 특별활동비 78만4000원이 책정되어 있다.
이 세비는 외국과 비교해 보면 그다지 높은 것 만은 아니다. 선진 주요 국가들의 의원 급여와 비교해 봐도 그렇다. 올해 각국의 의원(하원의원 기준) 세비를 기준으로 볼 때, 일본(2억3698만원), 미국(1억9488만원), 독일(1억4754만원)은 우리나라보다 더 높다. 반면에 영국(1억1619만원), 프랑스(1억2695만원)는 우리보다 낮다. 하지만 이 두 국가는 우리와 달리 다음 총선에서 낙선한 의원에게 일정 기간 퇴직수당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어 우리보다 처우 수준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숫자는 선진 외국과 비교해 최저 수준이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34개 회원국의 의원 수 비교에 따르면 국민 10만명당 국회의원 수에서 0.58명으로 미국 0.16명, 멕시코 0.49명, 일본 0.56명에 이어 4번째로 적은 숫자다. OECD 평균 0.97명과 대비해 보면 거의 2배 가깝게 적다.
한편 국회 예산도 2022년 6998억원으로 전체 정부 예산 638.7조원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국회 세출예산은 지난 2011년 이후 계속해서 5000억원대에 머물고 있어 전체 세출예산의 0.0016~0.0017%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이 국회의원 세비가 너무 많다고 비판하는 것은 이런 계량적 비교 차원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대통령을 비롯한 극소수의 공직자들을 제외하고 나면 그 누구에게도 대놓고 힘줄 수 있는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정치를 한다고 하면서 당쟁에만 매몰된 채 국정운영 상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현실에서 세비조차 아깝다며 ‘특권’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말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이 제값을 하느냐의 문제이다. 21대 국회 역시 3년차를 넘어가고 있지만 제대로 역할한 것은 없다는 것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에 치중하는 만큼 정부가 맘에 들지 않는 국회 입법을 가로막거나 예산 편성권을 손에 잡고 쉽게 늘려주지 않고 있는 현실도 큰 문제는 아니다. 정부 고위직들의 급여 수준은 각종 수당이 빠진 수치라 이를 더하면 훨씬 더 늘어나고 판공비를 비롯해 활용하고 운용할 수 있는 재정도 적지 않지만 국민은 주로 의원들을 겨냥할 뿐이다.
이대로는 정말 안 된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부터 세비값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제도화 하는 일에 먼저 나서야 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너무 사치스러운 인식이다. 의원들은 22대 국회가 개원되자 말자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지도부를 중심으로 의원, 보좌진, 사무처 등이 모두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제도화 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특히 국회가 개원해 공식 활동에 들어가기 전에는 세비를 일체 지불하지 않아야 하고, 임기 중에 규정된 활동을 이행하지 못하면 그 만큼 공제 또는 삭감해야 하며, 주요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인 의원과 관련한 지출 예산 항목을 하나하나 찾아내 평균 이하로 낮춰 불필요한 낭비와 방만 행태를 해소시켜 그러한 비판을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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