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의미와 맨발걷기 그리고 건강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12-11 14: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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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ㆍ의학박사


오늘날 신발은 직업과 부를 나타내는 신분의 상징이다. 우리는 스포츠화를 신은 사람을 보면 그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골프화를 신은 사람을 보면 골프를 치는 사람, 고급 드레스 슈즈(dress shoes)를 신은 사람을 보면 부자(富者)를 떠올린다.

또한 우리는 신분의 상징 신발을 벗어 던진 맨발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맨발의 청춘', '맨발의 기봉이', '맨발의 꿈' 같은 영화의 제목에서 우리는 ’꾸밈이 없는‘, ’진솔한‘ 등의 느낌을 받는다.

부처님은 왕자의 자리를 박차고 맨발의 수행자가 되었다. 맨발은 기존의 신분과 특권을 버린 『위대한 포기』를 상징하며, 모든 세속적 집착과 구속으로부터 『해방』, 『자유』의 삶을 상징한다.

가톨릭교회에서 성목요일(聖木曜日)에 ‘세족식(洗足式)’이란 의식이 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밤, 최후의 만찬에 앞서 제자들의 발을 친히 씻겨 준 일에서 유래된 이 행사는, 예수님이 친히 제자들의 발을 씻김으로써 섬기는 자세를 보여주었음을 뜻하며, 핵심은 『겸손』, 『사랑』이다.

발은 신체의 가장 낮은 부분에 위치하고 있지만, 발은 무겁고 고단한 우리 삶의 무게를 하루종일 그대로 받으며 우리를 지탱하여 준다. 그러나 우리는 이 발의 소중함을 감사함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맨발은 『해방』과 『자유』이며 『겸손』과 『사랑』을 상징한다. 맨발걷기는 이러한 맨발의 정신으로 대자연의 넓고 큰 땅을 아무런 장애물 없이 직접 접촉하고 만나는 일이다. 맨발과 대지(大地)의 위대한 접촉은 대지의 음전하가 인체로 들어와 염증과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는 양전하의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늘 무시 받았던 발이 인체의 충전단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맨발로 대지와 접촉하는 것은 대지에 존재하는 에너지에 우리 몸을 연결해 대지의 자연적인 치유 에너지를 인체에 충전하는 것이다.

발을 속박하던 신발을 벗었다. 발을 조이던 양말도 벗었다. 맨발로 땅을 밟는다. 그리고 대자연 대지와 첩촉한다. 원래 인간은 맨발이었고, 흙을 밟으면서 진화해왔다. 대지를 접촉하지 않는 삶은 치유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없기에 우리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다. 맨발로 땅을 밟는 것은 다시 자연의 품으로 귀환하는 순수하고 원초적인 활동이며, 엄청난 신선한 에너지의 충전이다. 의식을 집중해 맨발로 걸으면 그 에너지가 더욱 견고해져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욱 건강해진다. 

또한, 발바닥은 전신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발바닥에는 오장 육부와 몸의 모든 기관이 연결돼 있다. 그래서 몸이 무겁고 지칠 때 발 마사지를 받으면 몸이 개운해지고 가벼워진다. 그런데 맨발걷기를 통해 체중으로 발바닥을 땅에 누르는 행위는 발바닥 마사지를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맨발걷기는 발바닥에 혈액 펌핑을 촉진하고 점성을 낮추면서 발바닥을 자극하여, 혈액순환을 원활하게하고 면역기능을 향상시킨다. 신발을 신고 걸을 때는 얻을 수 없는 최고의 효과인 셈이다.

더욱이 햇빛과 맑은 공기를 쐬며 흙길을 맨발로 걷는다면, 촉각‧시각‧후각 등 다양한 감각기관이 자극받아 구석구석 전신의 감각이 깨어나는 경험에 더하여 불안감과 우울감 등이 완화된다. 실제로 흙 속의 지오스민(geosmin)은 숲속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처럼 정신적 치유 효과가 있다. 또한 햇빛은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되는 행복 신경전달물질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을 비롯해 편안한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등의 분비를 촉진한다.

그렇다면 맨발걷기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첫째, 무엇보다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은 30분이상 90분 이내가 효과적이다.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걷기에 좋다. 둘째, 맨발걷기는 가급적 천천히 걷는 것을 권장한다. 왜냐하면 맨발걷기는 단순히 걷기로 인한 운동의 효과보다 땅과의 접촉을 통해 발생하는 효과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셋째, 맨발걷기는 앞발바닥으로 먼저 착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맨발걷기를 할 때에는 시멘트 아스팔트 등은 좋지 않고 황토길이 가장 좋다. 정비되지 않은 숲이나 둘레길엔 돌, 유리 조각 등이 방치돼 있어 다칠 위험성이 있고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하여 감염될 위험성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그리고 지면 온도가 높을 때는 맨발로 걷다 발바닥 화상을 입을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발바닥에 상처가 있을 경우 상처가 악화되거나 파상풍에 걸릴 위험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피부병, 족저근막염, 관절염이 있는 경우, 맨발로 걷는 것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발의 감각이 둔해진 당뇨병 환자는 발의 감각이 둔해져 쉽게 상처를 입고 세균이 침범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맨발걷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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