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악수 딜레마’ 출구전략 차원으로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특히 정 대표가 ‘감사합니다’ 메시지를 담은 축하난을 장 대표에 보낸 데 대해서도 이 대통령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정 대표는 “내가 당선됐을 때 그 쪽에서 (난을)보냈기에 상응한 조치를 했을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우상호 정무수석을 통해 장동혁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는데, 정청래 대표가 마냥 야당 대표와 대화를 단절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이 대통령이 악수 딜레마에 빠진 정 대표에게 출구 전략을 마련해 준 셈”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상호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은 전날 장동혁 대표를 만나 “이재명 대통령께서 초대의 말씀을 전하라고 하셨다”면서 이 대통령의 영수회담 의지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를 매우 중시하고, 같이 협력할 건 협력하신다는 생각”이라며 “언제든 말씀을 주시면 경청하고, 대통령께 잘 전달해 국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동에서도 참석 여부에 대한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최은석 수석대변인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는 단순한 만남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며 “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만났을 때 여러 가지 이야기가 수용이 잘 돼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가겠다, 말겠다는 (의사를)상세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익명의 민주당 관계자는 "한일ㆍ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만큼 그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각 당 대표를 만찬장으로 초청한다면, 장 대표도 응할 것으로 본다“며 ”그러면 정국 경색을 풀 모멘텀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의 '악수 딜레마'는 당장 해결하기 힘들다”라며 “정청래 대표가 결자해지하기엔 그동안 뱉어놓은 말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당대회 때부터 국민의힘에 대한 적대감을 거침없이 드러냈던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악수를 회피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 자신은 “애초 레토릭(정치적 수사) 차원이었는데 사람들이 '진짜'로 받아들여 어쩔 수 없게 됐다”고 털어놨지만 이를 거둬들일 명분이 없었을 거라는 관측이다.
특히 9월 정기국회 법안 처리나 국정감사, 연말 예산 정국 등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할 원내 현안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의 한냉기류가 집권여당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시급한 민생 문제를 풀어 국민에게 효능감을 제공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목표 설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의 일단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귀국 뒤 여야 대표 회담을 명분 삼아 악화일로의 여야 관계를 풀어내고자 했던 이유다.
민주당 한 의원은 “양당 대표가 당장 마주 앉아 하하 호호 대화를 할 수는 없지만, 이 대통령이 귀국 후 장 대표와 만나면 정 대표가 그때 여당 대표 자격으로 함께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 대통령의 움직임에 따라 지지층이 여야 협치에 우호적으로 변하면 정 대표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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