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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KBS 드라마제작국 신창석 감독.
어제 그가 주관하는 'ok 좋아 연예인 봉사단'의 ^^사랑의 짜장면^^ 파티에 온 사람들은 그가 로또에 당첨된 줄 알았다.
신감독 로또 맞았냐? 고 물었다.
"하이고 ! 치우형, 로또 100번 맞아도 안 바꿉니다! 금메달이라꼬요. 아시안게임 금메달! "
몇년전에 kbs 바둑왕 전에서 우승한 아들 턱을 낸다고 방송국 입구에 푸드트럭을 풀어놓고 누구나 공짜로 며칠을 퍼먹인 적이 있어서 다시 물었다.
"아시안 게임 금메달? 민준이가 바둑에서 양궁으로 전향했나?"
내가 또 벽을 긁었다.
"아참 , 형도 참 답답하네. 민준이가 아시안게임 바둑 금메달을 땄다니까!"
흠미! 민준이가 세계바둑의 최고봉 "커제"를 이기고 금메달을 땄다는거다.
아시안게임에 바둑이 있는지도 몰랐고 그 말없는 아이가 산맥같은 "커제"를 이겼다는 것도 기적이다.
거기다 23살인 민준이가 군대면제가 됐고 어마무시한 빅게임을 치르는 세계적인 고수가 됐다는 거다.
어쩌면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를 불러 복수전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신감독 말대로 로또 100번 당첨보다 훨씬 낫다는게 옳다.
어쨌든 어제 이 대박의 사나이가 수십명을 몰고가서 한우를 무제한으로 구워 먹였다.
"형! 손흥민, 김연아 는 보기 쉽잖아요. 거기 가면 되니까, 헌데, 그 선수들 그 위대한 아버지를 만나는건 정말 대박인 거예요. 제가 여기 있다구요.자, 한 잔 하세요."
소주를 벌컥 마시고 한우등심을 잘 씹지도 않고 삼키는 그를 보면서 말했다.
"그래, 오늘은 그냥 삼켜도 녹아 내리겠다. 축하해 신감독!"
그리고 식당을 나오자마자 로또를 샀다.^^
그를 처음 만난 건 30년 전이다.
그 당시 꽤 유명한 잡지에 글을 한편 썼다.
"우리가 아이를 사랑하는 이유"라는 내용 이었다.
그 글에서 "갓난 아이가 걷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가 이 땅에 왔지만 그들의 발은 아직도 신의 땅을 딛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썼다.
이 글을 본 KBS의 AD 였던 신창석감독이 찾아와 감독 입봉작품을 구상 하던 중 이 글을 보고 영감을 얻었는데 "일단 한 잔 하자!"고 제안 했었다.
몇번의 술자리를 하고 그가 낸 결론은 "우리가족 만세!"였다.
특이한 건 그 대본에는 현역 배우가 한명도 없었다.
"자 평소대로 그냥 살면되요. 카메라는 그냥 따라 갈꺼고 ᆢ"
결국 우리가족 네명이 출연진 전부였다.다큐형식을 가미한 단편 영상은 당시 방송극의 새로운 문법이 되었다.
"우리가족만세! "는 그의 감독 입봉작이 됐고 그 뒤로 KBS는 신창석 감독의 영상문법으로 신창석 드라마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태양은 가득히](2000), [명성황후](2001), [무인시대](2001) 등을 공동연출하고, [황금사과], [천추태후], [비밀의 남자], [비밀의 여자] 등 20여편 가까운 드라마를 연출했다.
"무인시대"를 찍으며 호흡을 맞췼던 배우 이덕화의 신창석론을 들어보면 연출자 신창석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서울대에서 사회학을 공부 했다는데 내가 물어봤어 ,서울대에서 드라마 찍는걸 가르치냐고? 아니라는데 하여간 독특해ᆢ
고집은 황소고집에 잘될때까지 " go " 니까 결국은 잘 되는 수밖에 ,"
사실 드라마 한편을 시간에 맞춰서 연속으로 찍어 댄다는 건 전쟁이다 .
특별한 생각을 하는 작가를 만나서 그 수 많은 결정을 하고 거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가상공간에서 교감하고 사귀는 시간을 가진후에 각자 독특한 성격을 가진 배우들에게 그들의 혼을 이입시켜야 비로소 카메라를 댈 수 있다.
전쟁 중에 이렇게 복잡다단한 단계를 거치는 전쟁도 드물다.
그리고 나서 시청률 이라는 괴물과 맞서야 하는 이 과정에 대해 그는 단답형 이지만 강물처럼 깊은 대답을 해줬다.
"카르마!" 라고 ,
국어사전에는 "선악의 행업으로 말미암은 과"라고 써있다.
인과응보라는 뜻이다. 우연이 없다는 뜻이다.농사꾼도 철학자도 똑같이 하는 말 "지은대로 거두리라!"
91년 kbs 공채 18기 프로듀서로 시작한 그는 KBS2 에서 히트작 "신사와 아가씨"에 이어 "비밀의 여자"를 끝으로 KBS감독을 최근에 마감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는 그동안 학교처럼. 군대처럼 열심히 다녔던 KBS를 졸업(?)한다.
그에게 배우 이덕화는 훈장같은 덕담을 남겼다.
"현시대 우리나라 사극의 큰 산맥 이었는데 맥이 끊기네 그려ᆢ옷벗고 나가서 더 큰산이 되길 바래야지. 아들이 바둑으로 큰 산 '커제' 를 넘었으니 신감독도 세계적인 역사드라마의 큰 산이 될꺼야!"
역시 대가는 대가를 알아보는법 , 이틈에 살짝 숫가락을 얹어봤다.
아들을 위해서 알파고에 진 이세돌기사의 복수전을 기획하겠다고 말했다.
특유의 함박웃음이 터졌다 .
내친김에 하나 더, KBS졸업기념 작품으로 세계적인 다큐 작품이 될 "코끼리 임플란트" 연출을 제안했다.
하루에 300kg을 씹어 먹어야 하는 이유때문에 한 해에 수천km를 걷고, 결국은 이빨때문에 굶어죽어야 하는 꼬끼리의 숙명을 알게된 그는 특유의 호기심 서린 눈으로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답했다. 생각해 보겠다고 ,
새로운 세상에서 감독데뷔를 준비하는 왕pd 신창석은 아마도 한 이틀 참다가 연락할거다.
" 아니, 그러니까 코끼리한테 임플란트를 해주면 굶어죽지 않는단 말이지요? 어떻게 하면 되는데 ᆢ하여간 빨리 봅시다. 궁금해서 원 ᆢ"
왕pd 신창석은 그런 사람이다.
"나에게 드라마는 내가 이승에선 알 수 없는 '카르마' 입니다." 고 했던 그의 말을 되새겨 본다.
"카르마!"그건, 뿌린대로 거둔다는 뜻이다!
아마도, 엄청, 잘 뿌렸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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