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4-26 15: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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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ㆍ의학박사



우리는 정신과(精神科)에 대한 많은 편견을 갖고 있다. 편견(偏見)은 한쪽으로 치우친 공정하지 못한 생각이나 견해이다. ‘애국정신’, ‘화랑정신’처럼 정신이 뒤에 들어가면 괜찮다. 그런데 ‘정신과’처럼 정신이 앞에 나오고 그것도 ‘정신’ 뒤에 ‘과’가 붙으면 굉장한 왜곡이 일어난다.

정신과는 정확하게 말하면 정신건강의학과(精神健康醫學科)이다. 정신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로 2011년에 개명되었다. 진료과명을 정신건강의학과로 개명한 것은 정신의학이 발달하면서 그 범위가 단순히 정신질환(精神疾患, mental illness)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서 정신질환 예방 · 정신건강 증진 등으로 넓어지고 있는 현재의 추세를 반영하고, 현대 사회에서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는 정신건강의 개념을 강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행히도 우리는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으면 모두 조현병(구 진단명, 정신분열병)과 같은 정신병(psychosis)환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는 정신질환(mental illness)을 치료하는데, 우리는 정신병(psychosis)을 정신질환(mental illness)의 모든 것으로 잘 못 아는 경우가 많다.

내과 치료를 받으면 모두 중병(重病) 환자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내과에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경우만 놓고 보더라도 수 백 가지의 경우가 있다. 감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러 갈 수도 있고, 건강 검진을 위해 갈 수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도 마찬가지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경우도 수면장애, 불안장애, 우울장애 등 여러 정신질환의 치료 뿐 만 아니라 스트레스 상담, 부부 상담, 자녀 교육 상담, 진로 상담, 정신건강 검진 등 수 백 가지의 경우가 있다.

사적인 자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나를 만나게 되면, 사람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좀 받아봐야겠다”라는 말을 가볍게 하는 사람도 있고, “절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받을 일이 없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만약 다른 사람이 그들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만나서 진료 좀 받아보라”는 말을 한다면, 두 부류 모두 화를 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크고 작건 간에 ‘정신과적인 문제’ 다시 말하면 ‘마음의 문제’를 갖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면 정신질환이 있는 것이고 진료를 안 받으면 정신질환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다. 혈압이 높은 사람이 고혈압 진단을 받은 적 없다고 정상 혈압일까. 진단(診斷)이란 병을 치료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지혜로운 방법 중 하나이다.

병(病)이 있을 때 치료라는 도움을 받을 것인지 혼자서 극복하려고 애쓸지는 스스로 선택할 문제이다. 그러나 병이 건강을 해치는데도 치료적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처사(處事)이다. 정신건강의학에서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능력도 정신이 건강한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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