師表가 그립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10-19 20:16:4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살아갈수록 ‘제대로 잘 사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저마다 자기 인생을 설계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전권을 부여받았다고는 하지만 그 전권을 어떤 가치관으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연히 신문 지상을 통해 대조적인 ‘두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선 줄기세포 복제연구로 한국인 최초의 과학분야 노벨상 후보 물망에 오른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황 교수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나 잘 알려진 국보급 존재다. 그의 명성이 물론 그가 이룬 획기적인 업적과 무관하지 않겠지만 유명해진 이후 그가 보여준 곳곳의 행보를 통해서도 그의 ‘가치있는 삶’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를 이 시대의 師表로 칭한다 해도 결코 과하지 않을 만큼 그의 삶의 질은 고귀하다.

그런 황 교수가 지난 13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초청됐는데 정부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참가 경비를 지원하지 못했고 이에 황 교수는 자신의 연구와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서 흔쾌히 자비를 들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 기자회견은 우리의 국익이 걸린 줄기세포 복제연구 전면금지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치료목적 복제의 당위성을 유엔 출입기자들과 각국 외교사절에 설명하기 위해 준비된 자리였던 만큼 예산이 없어 황 교수의 공적 행보를 위한 경비를 지원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어이가 없다. 더구나 “한국 과학기술 및 산업의 장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요한 과제를 위해 개인시간을 희생해가며 태평양을 건너온 분에게 항공료도 지원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주 유엔 한국대표자의 안타까움이 아니더라도 같은 날 국정감사장을 통해 공개된 여러 공기업들의 심각한 ‘모럴해저드’ 현장과 극적인 대조를 이루면서 인간의 ‘잘살기’가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일인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경우 임원(이사장, 상임감사, 상무이사, 5본부장)급과 관리직의 임금 인상이 도마위에 올랐다. 평균연봉 6300만원이었던 관리직이 불과 3년만인 2003년에는 8200만으로 인상됐고 특히 이사장의 임금은 2001년 8400만원에서 2002년 1억, 2003년에는 1억1800으로 인상됐다. 또한 공단의 주 수입원은 복권 및 투자사업, 경륜 투표권 등 사행산업이 주종을 이룬 사실도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사행 산업을 시켜 공단 임직원들이 호의호식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다.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금융기관은 경영실적이 조금 좋아졌다고 `성과급잔치’를 벌이거나 일부 공기업의 경우 경영 악화에도 불구하고 임직원 임금 인상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공적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부패 구조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정황이다.

모든 것이 어렵고 근심스럽기만 한 이즈음 진정한 시대의 사표가 그립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많이 본 뉴스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