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변화에 대한 소고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4-17 19: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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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ILINK:1} 요즘 북한의 사정이 대내외적으로 순탄치 않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대북 압박이 지속되고 북핵문제로 외교적 고립상황에 빠진 채 최근에는 금융제재로 인해 외국과의 자금거래마저 불가능한 상황을 맞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7.1 조치 이후 원자재 부족과 인플레의 심화 그리고 부익부 빈익빈의 확산 등이 계속되면서 체제유지를 위한 내적 통합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미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북한의 어려움은 이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안보를 보장하고 경제적 번영을 이루며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야 함은 국가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차적 의무인 바, 이에 비추어 본다면 지금 북한은 북미갈등으로 인한 대외적 안보의 불안, 경제난으로 인한 대내적 위기의 지속, 갈수록 어
려워지는 인민생활 등 국가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북한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동의하는 것이다.

미국도 중국도 한국도 그 정도와 의미는 조금씩 다를지언정 북한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미국은 폭정의 전초기지인 북한이 민주주의와 인권이 신장되어 근본적인 체제전환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국 역시 중국에 우호적인 북한 정권이 지속되어야 함은 당연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주도하에 북한이 더욱 적극적으로 개혁개방에 나서길 희망하고 있다.

한국 역시 대북 압박을 통한 북한 변화는 반대하지만 북한 스스로 내적 요구와 역량에 의해 개혁개방에 나섬으로써 경제발전을 이루길 기대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 내부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해 당 간부들과 인민들은 이제 북한이 변해야 함은 어느 정도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와 같은 구태의연한 방식이 아니라 경제회생과 발전을 가능케 하고 동시에 정치적 안정을 강화시켜주는, 그럼으로써 미국의 대북 압박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변화의 길을 모색하는 것에 북한 내부의 진지한 고민이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 시기 북한의 변화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노동당 지배의 폐지나 사회주의적 생산양식의 철폐 등 근본적 변화를 보일 때야 비로소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간주하는 이른바 ‘최대주의적 입장’이 존재하기도 한다.

미국의 입장과 한국내 보수진영의 입장이 이에 근접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의 변화가 근본적 차원이 아니더라도 경제적 측면에서 보다 많은 개방과 개혁을 통해 실리와 이윤을 중시함으로써 북한 내부에 생산성 향상과 경제 활력 증대만이라도 이룬다면 이 역시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북한변화에 대한 ‘최소주의적 입장’인 것이다. 중국의 입장과 한국 내 대북화해적 입장이 이에 근접하고 있다.

이에 따른다면 거창한 본질적 변화가 아니라 중국식 개혁개방의 경로 정도만 북한이 수용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충분히 유의미한 변화의 시작으로 간주한다.

1978년 등소평이 4개 현대화를 내세우며 본격적인 개혁개방을 시작한 이래 중국은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를 정착시키며 경제적으로 고도의 성장을 지속해왔다.

사회주의 초급단계론과 중국 특색적 사회주의를 명분으로 삼아 경제성장과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검은 쥐와 흰 쥐를 가리지 않은 ‘흑묘백묘론’에 입각해 경제를 위한 개혁개방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의 경제는 급속도로 성장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 주도의 정치적 지배 역시 안정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북한의 이웃 중국의 경험을 미루어 보더라도 근본적 본질적 변화가 아니라 경제적 측면의 본격적인 개혁개방을 이룬다면 인민들의 삶과 경제적 발전을 이룩하면서 동시에 노동당 지배의 정치적 안정도 이룰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동의한다면 지금의 북한은 하시라도 주저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인 개혁개방에 나서야 한다.

반드시 중국식의 노선을 따를 필요는 없지만 경제적 개혁개방과 정치적 안정이라는 이중 노선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특성에 맞게 ‘북한식’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변화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들이 변화할 수 없다는 대내외적 제약을 먼저 말해서는 안 된다. 먼저 변화하고 그 변화를 통해 대내외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북한이 개혁개방의 제약조건으로 자주 거론하는 미국의 대북 압박 및 북미 적대 관계 역시 사실은 북한이 먼저 중국식 정도의 본격적인 개혁개방에 착수할 것을 전격 선언하고 실제 실천에 옮긴다면 역으로 미국의 대북 압박이나 대북 적대 정책의 명분을 없앨 수 있는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보다 적극적인 북한의 변화 의지만이 오히려 미국의 대북 압박을 약화시킬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위 글은 시민일보 4월 18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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