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VS 아르헨티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7-04 19: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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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한나라당 네티즌전국상임위원) 모처럼 집에 일찍 들어와 궁싯거리다가 ‘오뎅에 소주나 한잔해야지’ 하는 생각에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집근처인 홍대 앞으로 나갔다.

스위스 전에서 분패한 이후로는 통 관심을 안 가졌던 월드컵이 어느새 8강전에 접어들어 독일과 아르헨티나 전이 진행 중이었다. 호프마다 카페마다 ‘사실상의 결승전’이라는 벽보를 붙이고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축구 경기를 보다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19세기 말부터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아르헨티나는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1차 세계대전 직전에는 아르헨티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5대 강국 안에 들어간다고 자부했다.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일본 만화에서 바로 이때의 아르헨티나가 등장한다. ‘엄마 찾아 삼만리’는 이탈리아 제노바에 살던 한 가족이 생활이 어려워 엄마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돈을 벌러 떠나고 아들은 엄마를 찾아 밀항해서 먼 길을 헤매다가 결국 엄마를 만난다는 내용이다. 지금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와 빈국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를 생각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설정이다. 그러나 당시의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의 관계는 지금과는 정확히 반대의 상황이었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바로 알팔파라는 목초였다. 세계 최대의 알팔파 생산지였던 아르헨티나는 지금으로 생각하면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나 마찬가지의 위치였다. 거의 유일한 운송수단이라고 할 수 있던 말의 먹이로 쓰이는 알팔파의 생산과 수출로 인해 아르헨티나는 초호황을 누렸고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유럽의 빈국이었던 이탈리아에서 이민자와 노동자를 받아들이곤 했다. 그러나 그 호황은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차가 전면적으로 도입되면서 곤두박칠치게 되었다. 풍부한 천연자원과 광활한 영토를 가지고도 그 후로 100년의 시간을 아르헨티나는 축구에 목숨을 걸며 허송세월하고 있다.

19세기 말은 독일에 있어서도 황금기였다. 독일 역사상 최초의 통일을 비스마르크가 이뤄냈다. 비스마르크는 프랑스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제2제국을 선포했다. 가히 독일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라 할만 했다. 그렇지만 비스마르크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독일의 전성기를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민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계 최고수준의 공교육제도의 철저한 확립과 근면하고 성실한 독일 국민의 국민성은 비스마르크의 혜안에서 비롯되었다. 천혜의 자원도 넓은 영토도 없지만 독일은 20세기 세계역사를 주름잡았고 2005년 현재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다.
그리고 바로 오늘 독일과 아르헨티나가 축구경기를 벌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반만년 역사상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는데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2005년 말 현재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등극하였고 외교, 국방력, 문화, 과학기술 등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삼국시대, 고려, 조선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이렇게 국력이 세계만방에 떨치고 국민들의 자부심과 애국심이 고양되었던 적을 찾을 수 없다. 자랑스런 대-한민국!!!

그러나 앞으로 50년 후, 100년 후에도 우리나라가 현재의 위치를 지키고 있을지 아니면 세계 5위권의 선진강국이 되어 있을지 그도 아니면 지금의 북한과 같은 세계 최빈국이 되어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더군다나 혼돈과 분열, 극한대립에 사로 잡혀 있는 정치권을 보면 앞으로 대한민국이 과연 잘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역사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있다. 역사의 발전에 대한 확신과 뚜렷한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없이는 국가적 번영과 중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눈앞의 5년이나 10년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50년, 100년 후의 대한민국을 그리며 비전과 정책을 가다듬는 지도자의 출현을 꿈꿔 본다.

지도자는 나무를 심는 이가 되어야 한다.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이가 자신을 위해 심는 것이 아닌 것처럼 지도자는 자신의 영광을 생각하지 않고 후손들을 위해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국민들을 이끌어 가야 한다.

지도자는 교육자이다. 50년, 100년 후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길러 놓으면 그 인재들이 자신들의 시대적 소명을 다해 나갈 것이다. 엘리트를 키우는 것을 백안시하고 눈앞의 인기에 연연해서 균등, 평등 교육으로 인재를 길러 놓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끌고 나갈 지도자를 길러 낼 수 없다.

지도자는 축구감독이다. 자신이 스타플레이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고 치밀한 전략으로 팀을 끌고 나가야 한다. 팀플레이를 해치는 선수는 과감하게 잘라내야 하면서도 숨겨진 능력을 발견하는 혜안으로 우수한 선수를 발굴할 수 있어야 한다. 엄한 규율로 기강을 확립하면서도 때론 눈물이 나올 정도로 다정다감하게 격려해서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한나라당의 대권주자들이 잠행에 들어갔다. 각자가 더 열심히 준비하고 착실하게 노력해서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내년의 대선후보 경선이 누가 국민들에게 더 희망을 줄 수 있는가를 경쟁하는 아름다운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승부차기로 결국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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