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는 수도권을 억눌러 지방만을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집중에 따른 폐해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까지 온 것에 대한 급박한 위기를 극복함으로써,‘수도권과 지방의 공생’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도 김 도지사가 마치‘행정중심복합도시’가 수도권은 죽이고 지방만을 살리기 위해 건설되는 것처럼 왜곡 발언하고 있는 것은 향후 수도권에서 정략적인 이익을 꾀하기 위한 숨겨진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노무현정권과 여당에 실망한 국민들이 정권에 대한 심판의 성격으로 표를 던짐에 따라 한나라당이 몰표를 받았지만, 한나라당조차도 이번 선거가 자신들에 대한 지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반사적인 이익이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지난 대선 기준 ‘대수도론’에 해당하는 서울·경기·인천지역의 유권자수가 1200만명으로,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경상도지역 665만명까지 더하면 1865만명인데, 이는 전국 유권자수의 2분의 1을 넘는 규모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여당의‘지방분권·수도이전정책’으로 상대적으로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수도권 유권자를 대상으로‘대수도론’을 띄우는 전략은 지방선거에서한나라당이 압승을 하면서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김 도지사의 이번 발언은 그동안 표면적으로 ‘수도권 행정효율’을 내세워 제기한‘대수도론’의 본질이 ‘행정도시 무산과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해‘수도권 공화국’을 건설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었음을 마침내 드러낸 것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제51조에서는 행정도시 건설을 위한 국가예산의 지출을‘8조 5000억원 이내’로 상한선을 정해두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에 따른 피해규모는 이미 교통 혼잡비용으로 연간 12조원, 환경개선 비용으로 연간 4조원 이상이 소요되고 있고, 향후 연간 25만~30만호의 주택건설을 위해 50조원의 비용소요가 예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그렇다면 민간 주택건설 비용을 제한다 하더라도, 8조5000억원 한번 부담과 연간 16조원 부담 중 과연 어느 것이 진정한 국력낭비이고 예산낭비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따라서 김 도지사가 “행정도시 건설이 국력과 예산의 낭비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한 부분은 순전히 행정도시 건설을 무산시키기 위한 억지에서 비롯됐음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5.31 지방선거는 대선을 앞둔 정권심판의 성격, 정당공천제 실시 등으로 말미암아 지방자치 본래 의미를 퇴색시켜 버렸다는 의견이 많다. 그런데 김 도지사의‘대수도론’주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또다시 중앙과 지방의 양극화를 가속시켜 10여년 이상 힘들게 일궈온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지방분권,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정책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고사시켜 버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작년에 국회 신행정수도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행정도시 건설을 둘러싼 지금과 같은 갈등 발생을 우려해 “정권변경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의 효력을 유지한다는 담보조항을 넣자”고 주장했으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야합으로 본의원의 주장이 관철되지 못했던 것이 지금도 못내 아쉽기만 하다.
그러나 현행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은 작년에 국회 특위에서만 14번의 회의 끝에 어렵게 여야합의를 통해 만들어 진 것이고, 헌법재판소로부터도 합헌결정을 받은 만큼 행정도시 건설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는 헌정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표와 한나라당은 작년 11월24일 헌법재판소가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위헌소원에 대해 합헌 의미의 각하 결정을 내렸을 때 “헌재결정을 존중한다”고 언급했고, 얼마 전 있었던 5.31 지방선거 대전유세에서도“정권을 잡아도 행복도시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그로부터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한나라당이‘대수도론’운운하며 행정도시를 무산시키려는 시도를 계속한다면, 한나라당이 행정도시를 단지‘선거에서 표를 얻는데 이용한 것’임을 자인하는 셈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먼저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사실상 의미를 상실한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폐지법안’과 ‘국민투표 촉구결의안’부터 스스로 철회하고, ‘대수도론’주장이 불러온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심각한 대립·갈등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하루속히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만약 한나라당이 ‘대수도론’을 주장하며 여야합의하에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행정도시 건설사업’을 계속해서 반대한다면, 이는‘시대에 역행하는 망국의 길’로써 국민들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면키 어렵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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