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법이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8-03 19: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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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찬 숙(한나라당 의원) {ILINK:1} “신문법, 누가 이긴 거예요?”라고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

실제로 지난 6월29일 헌법재판소가 신문법에 대하여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리자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꽤 많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승자는 없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을 통하여 언론의 자유야말로 헌법 차원의 가치임을 거듭 강조했다. 따라서 언론자유의 실체와 관련해 헌법의 하위규범인 법률로 획정할 일은 아니라는 헌법학 원론을 굳이 거론할 것도 없이, 위헌 혹은 헌법불합치 규정을 보완하는 차원이 아니라 법 자체를 근원적으로 폐기하고 새로 만드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특히 헌재가 신문편집의 자유와 독립을 규정한 신문법 제3조와 관련하여 “국가로 대표되는 외부세력의 규제, 간섭으로부터의 자유와 독립을 보호하는 규정”이라고 선을 그은 대목을 각별히 유의한다. 헌재가 신문의 자유에 대한 그 같은 인식에 보다 철저했더라면 그런식의 사법소극주의에 안주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헌재 결정에 대한 주요 내용과 개정방향에 대하여 당론이 아닌 사견임을 전제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핵심 조항이라 할 수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추정조항이다. 위헌 결정된 이 조항은 흔히 조·중·동으로 일컫는 3대 신문사의 영향력을 축소 하고자 의도적으로 도입한 조항이다. 처음에는 3대 신문사의 시장점유율 자체를 규제하려고 하다가 무모함이 지적되자 시장지배적사업자 추정 조항으로 규제의 강도를 낮추었는데도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하여 위헌을 선언하였다. 그렇다면 잠재적인 피해자인 3대 신문사에 사과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애초부터 실효성이 부족한 조항”이었다며 자기합리화를 시도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현재의 신문시장은 독자가 선택한 결과이며 현재의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이를 개편하려는 시도는 헌법상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위헌 결정이 된 조항에 대해서는 조문폐지 외의 논의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둘째, 헌재는 신문사의 경영자료 신고·검증·공개 조항에 대해 신문의 공익성을 고려해 투명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정보공개법상 일반기업의 경우에도 경영정보는 비공개가 원칙이고 위법·부당한 사업 활동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주기 위한 절박한 필요가 있을 때나 예외적으로 공개한다.

그런데 하물며 공공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가지는 신문기업에 대해 경영정보를 공개하라니 안 될 말이다. 기사 생산원가를 획일화 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민주정치를 위한 정보와 의견 생산에 필요한 재원 조달 방식이 신문사마다 다르고 이를 공개하면 좋은 신문의 생산을 위한 경쟁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관점과 내용과 품질이 각각 다른 신문을 만드는 데 드는 정보를 공개하라니 안 될 말이다.

셋째, 신문사의 방송 겸영 금지는 신문산업 활성화와 방송통신융합 등 시대적 추세에 맞지 않고 위성방송,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가 발전하면서 신문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문이 방송, 통신의 콘텐츠 사업자가 되거나 방송·통신을 겸영해 경영효율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넷째, 독자의 편집, 제작 의사결정에 참여조항이다. 여당이나 일부 시민단체는 사주(社主)의 부당한 압력을 배제한다는 논리 아래 편집권의 독립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그 주장이 반영된 것이 신문법이다.

그러나 책임이 있는 곳에 권한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면 신문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편집권의 최종 주체이고, 그 사람이 일상적인 편집권을 편집인에게 위임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특정세력과 단체가 편집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동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

다섯째, 이번 헌재 결정으로 신문지배적 사업자를 신문발전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한 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아 무효가 되었는데, 신문발전위원회는 헌재 결정이 있고 1주일이 되기도 전인 7월4일 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 사업자 12개사를 선정했다.

이러한 결정은 적벌절차의 원칙 및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헌재결정의 기속력을 부정한 것이다. 따라서 위헌 결정으로 해당 조항이 무효가 된 만큼 새로 공고한 후 신청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섯째, 신문발전위원회를 문화관광부에 설치하고 장관이 위원 1/3을 임명하는 것과 국고를 지원하여 신문배달을 지원하는 신문유통원의 경우, 문화부 장관이 원장을 임명하고 원장, 이사회 의장·문화미디어국장이 당연직 이사로 선출되는 것은 명백한 정부의 여론시장의 개입이다.

언론의 자유와 관련된 정책은 쉽게 입법재량의 성역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그 헌법적 정당성이 엄격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당초 신문법을 제정한 여당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조항을 개정하여 신문법의 명맥을 유지하려고 하지 말고 과감히 폐기하는 용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 덧붙여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하위법인 신문법으로 규제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국가의 돈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결국 남의 돈으로 자신이 보기좋은 신문을 지원하라고 하는 것은 자기만 생각한 것이지, 국민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이 글은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습니다.>

위 글은 시민일보 8월4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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