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의 명분아래 무너지는 국가안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8-23 20:05:29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ILINK:1} ‘전시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여부를 놓고 정치권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찬반 의견이 뜨겁게 대립하고 있어 그 파장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8.18 경축사’에서 “작통권 환수는 국군통수권에 대한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했고, 이틀 뒤 정부는 서둘러 ‘한미연합사령부>’를 대체할 ‘작전협조본부’를 설치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 말은 뒤집어 보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군통수권자로서의 한국 대통령이 그동안 미군 때문에 제 역할을 못해 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명실상부한 주권국가로서 한국 대통령이 군의 통수권을 확립하겠다는 이야기이다. 또 ‘작전협조본부’를 만들겠다는 것은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이를 대신할 기구를 두겠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미국으로부터 ‘자주권’을 되찾겠다는 논리다.

민족의 자주권을 찾겠다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의 자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해왔는지도 의문이려니와 성급한 작통권의 환수가 한반도의 안전보장을 위협하고 한미동맹을 약화시켜 북한으로 하여금 한반도 정세를 오판하도록 놔 둘 수는 없는 일이다.

‘한미연합사’는 78년에 한·미 양자간 합의로 창설된 안보협력 기구로서 그동안 한미연합방위체제의 근간이었고 한미동맹의 살아있는 상징물이 되어왔다. 실질적 대북 억지력의 지렛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점과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지금과 같은 세계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미연합사’의 긍정적 측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작통권 환수문제에서는 작통권 환수로 인한 한미연합 군사능력 약화와 북한의 오판으로 인한 대남무력 공격 가능성 여부를 가려 바람직한 이양시기를 검토하는 것이 마땅한 순서이다. 국가안전보장과 직결된 환수여부 결정에는 몇 가지 신중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한국군이 독자적 방위능력을 확립할 수 있을 때까지는 미군 전력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미군이 지구촌 전지역을 하나의 戰域으로 간주하고 동맹국들과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통합지휘하는 새로운 세계군사전략을 확립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걸프전, 아프칸전, 이라크전에서 보듯이 ‘다국적군 편성에 의한 연합작전’ 수행이 글로벌 시대의 새로운 전쟁수행 양상임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한미연합사는 한·미 양군에 의한 연합작전 수행을 목적으로 하며, 더욱이 한미연합사의 통수권자는 한·미 양국 대통령으로서 공동으로 작통권을 지휘하도록 되어있다. 더욱이 전시가 아닌 평시 작통권은 1994년부터 한국군에 완전히 이양되어 왔고 전시에만 미국측 연합사령관이 권한을 행사하도록 되어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러하다.

현행 한미연합사 예하부대 편성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상군을 포함하여 연합특전, 연합심리, 연합항공 등을 한국군이 맡는 것과 같이 한국군과 미군이 4대3으로 적절히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가 말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라는 용어 그 자체가 적절치 않다. 국가안보를 담보로 한 작통권 환수는 위험한 일이고, 감정에 이끌려 ‘자주’의 명분으로 국가안보를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토(NATO) 역시 다국적군으로 구성되어있으나 미군측 나토 사령관에게 작통권이 위임되어 있음을 참작해야 한다.

특히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즉각적 자동개입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십분 감안해야 한다. 미 헌법절차에 의해 자국의 국회동의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작계-5027’에 따른 즉각적인 미 본토로부터의 증원병력과 장비투입이 어려운 것이 이 조약의 취약점이다.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주한미군이다.

정보와 작전이 실시간으로 결합되어 전개되는 현대전에서 한국군에 의한 최첨단 군사정보 획득과 장비운용이 불가능하다는 점 역시 작통권 이양이 시기상조임을 뒷받침해 해 준다. 한국군은 현재 대북전략정보, 전술정보, 북한 신호정보, 영상정보를 전적으로 주한미군의 장비와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무릅쓰고 작통권 이양을 강행할 때 철저한 지휘통제체제 구축이 어려워 한반도 전쟁발발 직후 민간인 희생자 규모가 2~3배로 증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외면해서는 안된다.

작통권의 바람직한 이양 시기는 한국군이 자주적 방위능력을 확립하여 한반도 유사시 한국을 방위하는 주력군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때이다. 또 한국국민들이 수긍하고 납득할 만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미간에 합리적 논의와 합의도출이 가능한 시점이 작통권 이양논의의 적기다. 따라서 2012년 한국군 전력증강계획 완료 후나 아니면 최소한 차기정권에서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

결국, 감상적인 ‘민족자주’와 ‘평화체제’를 내세운 작통권 환수는 한미연합사 해체와 주한미군의 철수로 직결된다. 또 그로 인한 한미동맹의 폐기는 곧바로 한반도에 힘의 공백을 초래하여 북한의 오판을 불러 올수 있기 때문에 작통권 이양문제는 오로지 ‘군사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군사문제에 대한 군사적 판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정치적인 목적과 배경을 갖는다면 씻을 수 없는 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