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내책임 아닌데요?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8-28 19: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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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웅 래(열린우리당 의원) {ILINK:1} 온 나라를 일렁이게 하고 있는 바다이야기의 파고는 어디까지가 끝인지 종(終)이 닿지 않습니다. 주택가까지 파고 들어 국민들의 가산을 탕진시키고 가정파탄을 불러온 성인오락실과 성인PC방의 피해는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심지어 자살자까지 속출하는 지경에 다다랐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특혜는 없었는지, 관련자의 비리는 없었는지, 온갖 ‘설’과 ‘론(論)’이 난무하고 ‘게임산업’ 내지 ‘문화관광’의 어느 한 단어만 들어가도 눈을 곱게 뜨고 보는 이는 한 사람도 없을 지경입니다. 그런데도 어느 누구하나 ‘내 책임이요’하고 나서는 사람은 이번에도 없습니다.

먼저 국정을 마땅히 감시하고 비판, 견제해야 하는 국회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뼈 아프게 자인합니다.

하지만 게임산업을 총괄적으로 지도, 감독하는 문화관광부는 주무 부처임에도 불구하고 사행성 게임에 대한 정책실패, 정책오류를 당장 인정할 수 없다고 완강한 입장을 고집합니다. 사행성 게임을 심사해온 영상물등급위원회 역시도 게임기의 불법 개·변조만 없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다고 기자회견까지 열어 변명에 급급합니다.

우선 문광부의 정책적 과오부터 짚어보겠습니다.

2005년 3월, 정부는 성인오락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 인증제도를 실시한다며 22개의 상품권을 선정했다
가 두 달 후 사업자들이 낸 서류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상품권 지정을 모두 취소해 버렸습니다.

그 후 한 달 뒤에는 다시 ‘경품용 상품권 지정제도’라는 이름으로 새로 상품권을 허가했습니다. 새로운 지정제도에서는 경품용 상품권을 문화생활에 쓰도록 하기위해 서점이나 영화관 등 문화시설 가맹점을 전국 100곳 이상 확보하도록 규정해 놨습니다. 그러나 그 규정은 형식에 그쳐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지정받은 상품권 19개 가운데 12개의 상품권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고는 가맹점이 없다시피 해서, 경품용 상품권은 현실적으로 환전용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 스스로 상품권이 도박의 매개도구로 쓰이도록 조장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된 것입니다.

또한 문광부는 ‘경품취급기준고시’를 고쳐 성인게임기의 당첨금액이 2만원이 되면 자동으로 상품권이 배출되도록 했습니다. 상품권이 미리 미리 지급되면 사행성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예측은 크게 빗나갔습니다. 당첨금액 2만원이 되면 상품권이 무조건 지급되어 너무 많은 상품권이 배출되다 보니 환전소에서 돈으로 바꾸게 되고, 결국 ‘무늬만 상품권’이지 실제로는 도박용 ‘칩’의 구실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정부가 정책을 도입할 때는 반드시 사회적 부작용과 폐해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함께 대비책 마련이 선행돼야 하는데 문광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광부가 추진해온 사행성 게임 정책은 명백한 정책실패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역시 사행성 게임을 심의, 통과시킨 1차적 책임을 면키 어렵습니다.

영등위는 심의 기준대로 심의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영등위 심의를 통과한 다음 게임업자들이 게임기를 불법 개·변조해 당첨금을 기백만원까지 나오게 하는 예시 기능과 연타 기능을 장착한 것을 영등위가 어떻게 책임지느냐고 오히려 반문을 합니다.

다시 말하면 사행성 게임이라 하더라도 불법 개·변조만 없었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이는 영등위의 명백한 책임회피요 사실 왜곡입니다. 연타 기능을 장착한 인기 게임 바다이야기가 독버섯처럼 번져나가자 2005년 4월 경찰청은 단속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바다이야기의 연타 기능에 대한 불법성에 대해 영등위에 질의를 했습니다. 이에대해 영등위는 경찰청 질의에 대해 7개월 동안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불법을 판단할 권한이 없다’는 회신을 뒤늦게 했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단속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불법 사행성게임에 대한 단속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상 영등위가 불법적으로 연타 기능을 장착한 사행성 게임이 확산되는 것을 묵인하거나 방조한 셈입니다.

더 이상 사행성 게임에 대한 부작용과 폐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과 함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 또한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두번다시 이같은 정책실패가 되풀이 되지않도록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단호하게 묻는 조치가 뒤따라야 합니다.

사족이기를 바라는 한마디, 책임을 묻기 위해 엄정히 시시비비를 따진다 하더라도 ‘마녀사냥식’이나 ‘의혹부풀리기’로 생사람 잡는 우는 범해서는 안됩니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건전한 게임산업이 자리잡을 수 있는 공간과 좌표를 분명하게 규정하는 계기가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확실하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되 옥석을 분명하게 가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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