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식, 대통령이 비정상이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9-06 16: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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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ILINK:1} 지난 8월 31일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KBS와 가진 특별기자회견에서 “민생은 어렵지만, 경제는 정상이다”, “주가가 2배 이상 올랐으니, 경제는 정상이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대통령의 이같은 말씀을 접하는 순간, 저는 제 눈과 귀를 의심했습니다. 대통령의 경제 인식에 놀라움을 넘어 경악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경제를 체온과 같이 항상 표현해 주는 것이 주가인데, 주가가 취임할 때보다 두배 이상으로 지금 올라가고 있으니까 ‘경제는 정상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주가가 올랐으니, 경제는 정상’이라는 대통령의 이같은 생각은 현실과 동떨어진 책상물림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제 우리 경제는 어떤지 한번 살펴볼까요?
‘주가가 2배 이상 올랐으니, 경제는 정상이다’라는 대통령의 말씀이 옳다면, 지난 2004년 2월부터 우리 경제는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이 정상일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결론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일반적으로 주가 변화는 실물 경제보다 선행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주가가 곧 경기의 중요한 선행 지표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즉, 주가가 상승하면 경제도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경제도 하락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곧 현재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경기지표가 좋아짐을 의미합니다. 또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좋아짐을 의미합니다. 아울러 주가가 상승하면 기업들의 자본 조달이 용이해져 기업의 투자 지출이 활기를 띄게 되어 경제 성장률을 증가시킵니다.
대통령의 말씀처럼, 분명 우리 주가는 지난 2004년 2월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씀과 달리 주가는 올랐지만, 우리의 경기 지표를 나타내는 종합경기지표는 오히려 더욱 더 나빠져 가고 있습니다.

현재의 경기 상태를 알기위해 통계청이 매달 집계하고 한국은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제기관이 경기 상황을 측정하는 주요 자료로 사용하고 있는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최근 몇 년간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2월 이후, 주가는 계속적으로 올랐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오히려 최악입니다.
지난 7월31일 한국은행이 2929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2006년 7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7월 제조업 체감경기 실사지수는 20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0개월동안 주가는 상승해 왔지만, 정작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오히려 최악으로 거꾸러지고 있습니다.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지금, 우리 기업들의 자금 조달과 투자 지출은 활기를 띄고, 우리의 경제 성장률은 나아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참여정부 들어 우리 기업의 자본 조달은, 다음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급상승하는 주가와는 정반대로 급감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자금 조달 실적은 2003년 73조, 2004년 58조7000억원, 2005년 54조8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급감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가 기록한 이같은 기업자금 조달 실적은 과거 국민의 정부 시절과 비교해 볼 때, 과거에 비해 급격히 줄어든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기업의 투자는 실종되었고 일부 대기업 상장회사를 제외한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의 현실은 주가의 상승이 기업의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경제 성장률 또한 정체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상에서 보듯, 참여정부 들어 기록한 최근 몇 년간의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그 주가 상승이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고 또 앞으로도 견인해 나갈 것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경제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경기 지표, 경제성장률 지표, 실질국민총소득성장율(GNI) 등이 모두 좋지 못한 상황입니다.
대통령께서 “주가가 두배 이상 올랐으니 경제는 정상이고, 경제 지표는 아주 좋거나 정상이므로 경제 실패·국정 실패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면, 그건 대통령이 비정상입니다.
아무리 대통령께서 ‘누가 나를 경제 잘하라고 뽑아줬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비정상적인 경제 인식으로 가득 찬 대통령의 KBS와의 특별 기자회견을 보면서, 저는 ‘대통령 주위에 있는 청와대 참모들과 경제 관료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기에 대통령께서 이같은 비정상적인 경제 인식을 하고 있는 걸까? 혹시 그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아온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도둑이 들려니, 개도 안 짖더라’는 대통령의 이 말씀을 경제 분야에서 또 다시 들을까 두렵습니다.
지금이라도 집무실 책상에서 측근들이 올리는 보고만 믿지 마시고 경제 현장을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민심의 목소리를 들어 주실 것을 대통령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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