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공무원이 일궈낸 승리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9-07 20: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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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대 웅 (구로구청장) “주민의 휴식처인 공원에 야시장은 절대 안 돼.”

이것은 나의 확고한 의지이고 신념이었다.
H단체라는 명찰을 붙인 무시무시한 사람들이 공원광장에 불법으로 천막을 치고 야시장을 설치했던 작년 8월.

그들은 공원을 시장통으로 만들어 음주·고성방가·방뇨·소란 등 무질서의 각축장이 되도록 했고, 음식물쓰레기 등 오물과 쓰레기로 공원이 몸살을 앓도록 했다. 그것은 공원을 휴식처로 이용하는 우리 주민을 우롱하는 처사였고 범죄행위였으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공권력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였다.

철거하려고 나서자 자해행위까지 하면서 맞서는 그들을 구청과 경찰은 막을 재간이 없었다.

나는 다시는 그들의 행각이 주민의 안락한 휴식처이자 구로의 대표적인 쉼터인 고척근린공원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이다.

물론 정부의 혜택이나 뒷받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그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딱하고 애석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구민의 쉼터를 내놓을 수도 없는 것이다.

작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들은 또다시 나타나 고척근린공원에 야시장을 하겠다며, 지난 6월 20일 경에 일방적인 통보를 하고 사라졌다.

나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서 직원들로 조를 편성하여 고척근린공원 주변을 순찰하게 했다.

6월25일, 기어코 그들은 천막을 칠 준비를 하고 공원 근처에 나타났고, 순찰조의 연락을 받은 각 부서에서 2~3명씩 차출된 직원들은 공원입구에 텐트를 치고 밤낮으로 그들을 저지했다. 고마운 것은 공원 일대 주민들도 공원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나와 천막에서 직원들과 함께 밤을 지새웠다.

지역 유지들은 수시로 공원에 나와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했고, 공원에 운동을 하려 나왔다가 고생하는 직원들을 보고 수박을 수십 통씩 사주며 고마움을 표시하는 주민도 있었다.

누구만을 위한 공원이 아니었기에, 그들의 행동은 말도 되지 않는 억지였기에, 그들의 행위로 인한 작년 8월에 있었던 고척근린공원의 수난사를 알기에, 300여명의 주민과 공무원은 그렇게 묵묵히 10여 일 간 밤낮으로 공원입구에 진을 치고 지켰다.

10여일 동안 공원과 구청 주변을 배회하던 그들이 물러갔다. 주민과 직원이 함께 한 빈틈없는 경계를 보며 그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그들이 느낀 것은, 구로구 주민의 대표적 휴식처인 고척근린공원엔 그들을 거부하는 주민 때문에 발을 붙일 수 없구나, 하는 주민의 애향심일 것이다.

나는 이 지면을 빌어 이번 승리를 자축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 일에 동참한 주민과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한다.

승리는 계속되어야 한다. 오늘의 회복된 고귀한 공권력을 바탕으로 다시는 무질서와 폭력이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를 용납해서도, 그런 일이 있도록 틈을 주지도 말아야 한다.

오늘 우리는 주민과 함께 한 이런 일들을 통해 서로를 깊이 신뢰하게 되었고 또 외부의 어떠한 힘도 능히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힘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새삼 어금니에 깨물렸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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