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사례는 내가 1991년 노원구청장 재직 중에 중계2지구~원자력병원 간의 도로(1193m)개설을 추진했을 때의 일이다.
이 도로계획은 서울산업대학교 부지를 관통하게 되어 있었는데 1991년 10월 공사를 발주하자 산업대 학생의 반대 민원에 부딪혔다. 산업대 학생들은 도로계획 계획선을 원천적으로 폐지하거나 산업대 부지를 우회해서 지나가지 않으면 도로개설로 밖의 서울산업대학교 부지가 쓸모없게 된다는 의견을 내게 피력하였다.
나는 산업대학교 학생들과 12차례에 걸쳐 면담을 나누고 도로개설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학생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의견의 차이를 좁히지 못해 합의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구청은 공사를 강행하기로 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낮에는 구민 2000명 이상을 동원하여 공사를 했으나 밤이면 학생들이 나타나 공사 장비들을 부수거나 망가뜨리는 악순환이 몇 날 며칠 계속 되었다.
그때 나에게 좋은 묘안이 떠올랐다. 학생들이 개설도로 약간의 둔덕인 도로를 터널로 해 주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 당시 교육부차관이 친구인 조규향씨였다. 내가 간곡히 부탁해서 교육부에서 중재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구청, 교육부, 서울산업대학교 학생대표가 다시 모인 회의에서 터널로 도로를 개설해 주겠다고 하자 학생들도 이에 동의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일이 성사된 것은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다. 모든 집단민원은 민원인들의 요구사항을 브레인스토밍 방식으로 들어보면 공통분모가 나온다. 그 방향으로 서로의 의견을 잘 조율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나는 그 일이 있은 모든 집단민원은 대화로 풀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집단민원을 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되었다.
두 번째 사례는 2004년 방학동에 노인들의 치매요양시설인 ‘도봉실버센터’를 77억원들 들여 건립하려고 했을 때의 일이다.
기공식을 하려고 하자 인근 주민들은 ‘주민을 우롱하지 말라’, ‘혐오시설 건립을 결사반대한다’고 집단민원을 제기하였다.
나는 도봉실버센터를 짓고 말겠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주민들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실버센터는 결코 혐오시설이 아닙니다. 치매노인들은 건물 내에 거주할 뿐이니 주민들의 눈에는 띄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에 실버센터를 다 지은 후에 여러분들께서 불편한 점이 생긴다면 제가 관직을 내 놓겠습니다.”
여러 차례 주민들을 설득하고 인근 주민들이 실버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실천할 뜻을 굽히지 않자 주민들의 항의도 점차 수그러들기 시작하였고, 공사착공 1년여 만에 도봉실버센터를 완공할 수 있었다.
모든 집단 민원은 대화로 해결을 해야 하며 이때 기관장의 실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대표적인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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