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면 목숨을 잃는 노란 뱀에 물린 왕자는 소행성 B-612로 돌아갔을까?”를 생각했었는데...... 꽃은 별 탈 없이 피어 있던지?
아름다운 지구의 대한민국에는 가을이 찾아 왔는데 추석을 앞두고 벌초와 ‘가불식 성묘’로 난리야. 교통량이 폭증하고 산에는 예초기(풀 깎는 기계)의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고 간혹 독사에 물려 숨지기도 하고 혹은 벌에 쐬어 죽기도 하고......
또 올해 대한민국에서는 쌍춘년에 윤달이라고 해서 조상 묘를 파서 옮기느라 난리 법석이었지. 그뿐인가? 윤달이 있는 해에 ‘수의’라는 것을 해 놓으면 좋다고 또 난리고.
어린왕자의 별은 너무 작아서 무덤을 만들 땅도 없겠지?
나는 이해를 하지만 몇 가지에 대해서 어린왕자는 이해하지 못할 거야. 당연히.
물론 우리끼리는 긍정적으로 볼 때 조상을 생각하는 갸륵한 효심이 하늘을 찌르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럽지. 어린왕자!
며칠 전 나는 가을밤을 느낄 수 있는 ‘가곡의 밤’ 음악회에 갔었어.
무대에서 열창하는 성악가를 바라보며 갑자기 내 조카가 생각나서 뭉클했어......
내 조카는 엄마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할 어린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와 사별하고 새엄마의 손에 컸는데 새엄마의 각별한 사랑으로 훌륭하게 컸고 의사가 됐어.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마웠지.
그런 조카가 어찌어찌 기적 같은 사연으로 나를 찾고 만나서 내 누님인 ‘생모’의 존재를 알게 됐지. 얼마나 놀랐을까, 아직은 어른이 아닌데......
조카는 서울에, 생모의 묘는 강원도 정선 땅 첩첩산중에...... 몰래몰래 성묘를 다니던 조카는 올해 나와 의논을 해서 그 첩첩산중에서 얼굴도 못 본 외로운 엄마의 유골을 수습해서 서울 근교의 납골묘로 이장을 했지......
장가도 아직 안간 청년이 약혼녀와 함께 그랬어.
흙이 다 된 엄마의 유골을 보며 어린 조카는 얼마나 울었을까.
내가 그날 음악회에서 성악가의 열창을 보며 어두운 객석에서 눈물을 참느라고 힘들었던 것은 내 누님(조카의 엄마)의 꿈이 성악가가 되는 것이었는데 그 꿈을 이룰 수 없는 시대에 살았다는 한과 그 엄마를 사랑하는 조카의 효성을 함께 생각했기 때문인데 마침 그 성악가가 내 누님의 모습인 거라......
이상은 윤달에 벌어진 이장(移葬) 소동 속에 있었던 한 토막의 이야기야.
어린왕자!
그런데 엊그제는 국회의원 모임의 토론회 뒤풀이 시간이 있었는데 ‘정치인들과 역술가’ ‘정치인들과 조상묘(부모 묘) 옮기기’가 화제의 중심이었거든.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또는 대통령을 꿈꾸었던 사람 가운데 몇 분이 부모의 묘를 파서 옮기면 대통령이 될 거라는 역술인이나 지관(명당을 본다는 분들)들의 말에 따라 효심과는 관계가 먼 이장(移葬)을 했다는 거지.
대한민국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국제사회에 드러내 놓고 말하기 뭣한 그런 해괴한 이야기지.
그렇게 하면 대통령이 된다니까 멀쩡한 부모 묘소를 옮긴 분들도 있고 내 정성과는 반대로 상대 후보의 부모 묘소에 쇠말뚝을 박는 심청도 부려가면서 온갖 부끄러운 정성과 치열한 선거전을 치른 후에, 혹은 대통령이 되기도 하고 혹은 낙선하기도 했다는 거지......
어린왕자!
어른들은 이상하지? 이해하기 힘든 일을 너무나 많이 하지? 대한민국의 어른들, 그중에서도 정치인들, 그중에서도 한 나라를 이끌어 갈 대통령이 될 분들이 용하다는 역술 인을 찾아 점을 보러 다니고, 부모의 유골을 파내어 ‘명당’이라는 곳에 효심과는 거리가 먼 거대한 봉분을 만들어 놓고......
그 결과 크게 될 분의 조상 묘소 관리인이 득세하여 큰소리를 뻥뻥치고 그 앞에서 국회의원들이 눈치를 봤다는 나라......, 썩고 있는 부모님의 뼈를 눈치껏 들고 다니며 대통령이 된다는 ‘명당’을 찾아 이장하는 거짓 효행이 먹히는 나라 대한민국!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한 잔의 포도주에 취기가 돈 이계진이 겁도 없이 꽤 큰 소리로 이야기했지.
“아...... 대통령이 된다면 부모님의 유골까지 파내어 옮기는 사람들의 통치를 받고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 정말 불쌍하다...... 슬프다!”
지난번 윤달 소동 때는 과연 몇 명의 정치인들이 대권을 꿈꾸며 슬금슬금 부모님 묘소를 파헤치고 옮기는 난리를 겪었을까?
음악회에서 내 조카를 생각한 것은 얼굴도 모르고 받은 사랑에 대한 기억도 없는 생모 엄마가 보고 싶었던 그 마음이 예뻐서였어......
어린왕자!
정말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
안녕......
(이글의 전문은 한나라당 홈페이지 한나라 칼럼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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