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의 의미?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0-08 16: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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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 {ILINK:1} 정계가 서서히 요동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에선 대선 후보들의 경선 참여 선언이 있었고, 여당은 연일 정계개편에 관한 논의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아침 신문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12.6:47.1라고 합니다. 세 배나 높은 지지율을 가진 만큼 야당의 위세가 대단합니다. 야당엔 유력한 대선 후보도 셋이나 있습니다. 여당은 당 지지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대선 후보도 변변치 않습니다.

그 결과 여당의 국정 주도력은 상실 된지 오래며, 당을 이대로 끌고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습니다. 물론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非한나라 진영의 정계개편은 어떤 형태로든 될 것입니다. 그것은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너무나 낮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지금 논의되는 이런 식의 정계개편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싶습니다. 그것은 첫째, 새로운 정치세력의 결집이 내세울 수 있는 지향점의 문제와 둘째, 범위의 문제 그리고 셋째 구체적 국가 발전 전략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당의 창당 기치는 ‘지역주의 타파’입니다. 그래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나오고 개혁신당까지 합쳐서 당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강력한 구호였습니다.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대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새로 만들어질 당의 구호와 대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현재 정당 구도가 재편을 요구할 만큼 뭔가 잘못된 것이 있는가요? 열린우리당이 새로 만들어지는 순간 지역정당 구도 혁파는 이미 써 버린 카드가 되었고, 이념적으로도 민주노동당의 진보, 한나라당의 보수와 함께 열린우리당의 중도로 한국정당 체계는 3정립이 이미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결국 남는 것은 열린우리당의 외연 확대라는 그래서 중도정당으로서 자기 위상을 다시 튼실히 하자는 정도로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당명이 바뀔 수도 있고 당에 새로운 대선 주자가 들어올 수도 있겠지만 중도정당으로서 그리고 탈지역주의 정당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은 변화될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두 번째 범위의 문제도 그에 따라 규정될 것입니다. 이미 고 건 전 총리가 합류 의사를 밝혔고 민주당 일부에서도 중도 정당 재규합의 당위성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관해선 논란이 있을 게 없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내 일부 온건 보수 세력입니다. 한나라당이 높은 지지율에 안주해 안 그래도 점점 더 우경화되고 있는 데 더해 만약 대선 후보가 강경 보수주의자로 결정된다면 이들은 원건, 원치 않건 거취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툭 하면 당내 수구 냉전세력들로부터 노골적인 야지와 이지메를 당하는 게 바로 그 조짐입니다. 한나라당에 있는 합리적 보수주의 정치인들이 중도정당으로 합류하는 것이 한국 정치 발전에 합당하다고 봅니다만 그 분들도 나름의 생각이 있을 터, 시간을 두고 천천히 풀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국가발전 전략의 문제입니다. 저는 새로운 정당으로의 규합이 아무리 그럴듯하게 성사된다 해도 이게 없으면 도루묵이 될 것이라고 감히 예단합니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참여정부엔 국가 발전 전략이 빈약했고 열린우리당엔 지도력이 빈약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 얘길 길게 하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루고, 지금 국민들이 정부여당에 던지는 가장 핵심적 질문은 도대체 너희 민주개혁세력이라는 자들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먹여 살리겠다는 것인지 그 방도가 뭐냐는 겁니다. 워낙 먹고 살기가 어렵기 때문이고 소위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래 계속 경제가 안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최장집 선생이 최근 지적하신, ‘사회경제적 어젠다에 대한 무능’, 바로 이 것 때문에 우리는 판판이 선거에서 진 것입니다. 대통령이나 우리당의 정치행태가 가볍다, 어쩌다 하는 것은 사실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정작 중요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선 제대로 보여주는 게 없으면서 말만 시원시원 하게 하려고 하니 당연히 듣게 되는 욕입니다.

요컨대 이제 바람으로 정치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소위 ‘빠’라고 불리는 적극적 지지 세력을 동원하는 방식의 선거 전략은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대선에선 보수진영 역시 만만치 않은 시민사회내 지지 세력을 동원하려 들 것입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벌어졌던 숱한 집회에 운집했던 사람들이 바로 그 잠재적 대상입니다. 지금 박근혜 대표, 이명박 시장 전부 만만찮은 팬클럽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다 대단히 행동적인 보수 단체들이 이미 대선 개입 의지를 천명하고 있습니다.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이런 보수적 시민사회 세력과 중도 개혁적 시민사회 세력이 대선 국면에서 정면으로 맞붙게 되는 형국은 말 그대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이제 앞으로 누가 무슨 수로 국민통합을 할 수 있겠습니까?

대신 국가 발전 전략을 놓고 치고 받는 선거로 가야 합니다. 보수든 진보든, 우파든 좌파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쥐만 잘 잡는다면… 국민들이 바라는 건 바로 이 것입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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