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에서 발해 유적을 탐사하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0-11 20: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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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진 의원 무더위가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장마철이 끝났는데도 남부 지방은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불쾌지수도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고약한 날씨 속에 건강을 지키기 힘들 때입니다.

저는 지난주에 러시아 연해주(沿海州)를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국회에 설치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대책 특별위원회’의 간사 자격으로 ‘러시아 연해주 소재 우리 역사 관련 유적 실태조사’를 위함이었습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비롯해 여야 의원 7명이 같이했습니다.
우리 민족의 고대사를 올바로 정립하고, 중국의 동북공정 등의 역사왜곡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연해주 내 분포되어있는 발해 유적을 현지 조사하는 것이 목적이었죠.

힘들고 보람있었던 발해 유적 탐사

발굴 현장과 유적 답사를 주로 했던 이번 러시아 방문은 힘든 일정이었습니다. 여야 의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4박 5일 동안 마치 탐험대가 된 듯 산과 들, 벌판과 수풀, 강변과 진흙탕 속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자연스럽게 크로스컨트리 운동을 한 셈이죠.

러시아어로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인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해 나호드까, 우스리스크 등을 다녔습니다. 신석기시대 빗살문 토기 유물과 한반도 온돌 문화의 기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철기시대의 불로치카 유적을 비롯해 발해와 여진의 유적 등을 돌아봤습니다.

블로치카 유적 발굴 현장에서

또한 청동제 어형부절(魚形符節)이 발견된 니꼴라예브까 성터 등 발해의 문화가 남아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하며 우리 민족 정체성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블로치카 유적지에서

연해주의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특히 1907년 고종의 밀지를 받고 헤이그 밀사로 파견돼 조선의 국체를 지키려고 한 우스리스크 소재 이상설(李相卨) 열사의 유허지를 방문했을 때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함께 한 여·야 의원 모두가 기념비에 흰색 러시아 국화를 헌화하고 손에 손을 잡고 유허지가 위치한 솔빈강(率賓江)기슭에서 ‘선구자’를 불렀습니다.

그곳은 바로 발해왕국 15부의 하나였던 솔빈부(府) 자리이며 명마(名馬)의 고향이었습니다. 그 유서 깊은 곳에서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숨지면서 “솔빈강에 나의 재를 뿌려 달라”는 말을 남긴 이상설 열사가 강가에서 말달리며 다시 나타날 것만 같은 가슴 찡한 순간이었습니다.

이상설 기념비에 헌화한 후

발해유적과 항일독립운동의 역사가 살아있는 연해주를 직접 방문하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해주에는 바로 우리의 뿌리와 혼(魂 )이 숨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역사 유적이 아니었습니다.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 대륙을 지배했던 우리 민족의 위대한 기상이었습니다.

또 하나 느낀 것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위대한 기상이 살아 숨쉬는 연해주는 우리의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광활한 대륙, 풍부한 에너지자원, 활발한 농업과 수산업…. 연해주는 이미 우리에게 과거의 땅이 아니었습니다.
미래의 기회였습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진출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전략적 가치가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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