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城郭)이 완전하지 못하니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1-09 16: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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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근(노원구청장) 그 영감은 무슨 책인가를 꺼내더니 이렇게 읽어갔다.

“‘옛적부터 임금들이 도참설(圖讖說)로 나라를 보전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나라 안팎으로 민심이 동요하고 있는데 무리하게 천도하면 백성들은 더욱 의혹을 느끼고 공덕의 비용과 소요의 폐는 말로 못할 것입니다.”

바로 지리쇠왕설을 민심동요론(民心動搖論)으로 반격을 가한 거다.

여하튼 당시 고려 정국은 천도문제를 둘러싼 찬반격론이 심각했으나 당시 여론은 워낙 개경의 ‘지리쇠왕설(地理衰往說)’에 깊게 빠져 있던 터라 공양왕은 수도를 한양(漢陽:남경)으로 옮겼다. 그때가 공양왕 2년 1390년이다.

그러나 한양천도 후 민심(民心) 이반(離叛) 등 불길한 변괴(變怪)가 자꾸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정말 그 노학(老學)의 강론을 듣고 보니 수도를 옮기는 국사(國事)는 경솔하게 다룰 일이 아니다.

이제 답사 본론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런데 그 영감은 내 팔목을 잡아당기더니 “무엇인가 물어볼 게 있다”며 말을 거는 것이 아닌가? “보아하니 선생께서는… 아직은 젊어 보이는데 도대체 하는 일이 뭐요?”

“그냥 무작정 쏘다니는 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거죠… 그래서 틈만 나면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죠.”

“그런데 영감님!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 소문으로는 이 근방에 자원봉사를 하는 속칭 ‘경복궁 노학자(老學者)’가 있다던데… 혹시 영감님이 그분 아니신지요?”

오늘 답사는 정말 행운이었다. 알고 보니 그 경복궁 노학자가 그 영감이 아니던가! 여하튼 이제 화두를 바꿔 한양천도론으로 들어가야겠다. 당초 한양천도(漢陽遷都) 논쟁에 불을 당겼던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창업한 후 국정(國政)의 첫 사업으로 착수한 대역사(大役事)는 무엇이더냐? 그 대역사의 첫째 사업이 한양천도 계획이다.

나의 답사 노트는 아주 소중한 정보원(情報源)이다.

‘태조 이성계는 1392년 7월 17일 조선 창업을 선언하고 조선 초대 왕(王)에 등극하여… 곧바로 한양천도론을 재등장시켰다’

‘태조 이성계는 조선 개창(開創) 후 한달도 안돼… 그러니까 1392년 8월 13일 도평의사사(都評議使司)를 불러 한양(漢陽:남경)으로 천도를 하겠으니…’ 바로 태조 이성계는 남경(南京:한양)의 이궁(離宮)을 수리하라는 명령이 뒤 따랐다.

그러나 태조 이성계의 그러한 천도명령에 배극렴, 조준 등 대소신료(大小臣僚)들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당시 반대의 변론(辯論)은 무엇이더냐?

태조 2년 1393년 1월 5일 그들이 올린 반대 상서(上書)는 이러하다.

‘한양에 궁궐이 이루어지지 않고 성곽(城郭)이 완전하지 못 합니다… 호위 시종(侍從)하는 사람들이 민가(民家)를 빼앗아 들어가야 하는데 천후(天候)는 추워지고 백성은 갈 곳이 없습니다…’

‘궁실과 성곽을 영축(營築)하고 각 관아(官衙)를 배열 설치한 후에 천도하기를 청하나이다…’

바로 천도의 시기상조론(時機尙早論)이 그 명분이었다.

이에 태조 이성계는 천도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일단은 수도이전 작업을 멈췄지만 그 심기(心氣)가 몹시 불편하였다.

참으로 한양천도(漢陽遷都) 논쟁은 그처럼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끝없는 화두였다. 그렇다면 태조 이성계(재위:1392년~1398년)는 수도 이전사업을 왜 그렇게 끈덕지게 밀고가려 했을까?

이 천학(淺學)은 답사노트를 열어 그 천도사업의 배경을 알아볼 터이다. ‘왕씨(王氏)의 도시 송도(松都)에는 세가거족(世家巨族)들이 많다… 역성혁명(易姓革命)에 따른 버거운 민심을 어찌 잠재울 수 있을까… 개성은 이미 지기(地氣)가 쇠퇴하여 왕도(王都)로서 더 이상 그 수명(壽命)을 부지할 수 없다.’

그 논지(論旨)는 조선왕조실록을 기초로 작성된 것이라 상당히 설득력 있겠지만 그런 정보는 이미 국정 교과서가 제공하고 있다.

여하튼 태조 이성계는 문무 대신들의 반대하는 간언(諫言)이 그칠 줄 모르자 일단 천도 추진을 멈춘 거다. 그렇게 하여 그의 첫번째 천도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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