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해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1-21 15: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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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근(노원구청장) 사실 나는 광화문 육조거리에 관한 우량정보를 몇 개 더 갖고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무엇보다 첫째 정보를 꼽으라면 육조 거리의 초두(初頭)에 있던 ‘기로소(耆老所)’일거다. 대관절 기로소가 뭐 길래 그걸 우량정보의 목록에 올려놓았느냐?

“그 관아의 위치가 여타의 육조관서와 함께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 반열(班列)이 아주 높은 거지요.”

그렇다면 기로소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이더냐?

“일종의 국립 경로당이지요… 나라를 위해 평생을 일한 뒤에 그만두면 무엇을 하겠어요… 그분들의 여생(餘生)을 추하지 않게 하고 경륜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원래 고려에는 전함재추소(前銜宰樞所)를 만들어 은퇴한 재상들을 예우했어요… 태조 이성계(재위:1392~1398년)는 1394년 예조 산하에 기로소를 두었고 태종(재위:1401~1418년)은 1406년에 전함재추소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를 했으며 세종(재위:1418~1450년)은 1428년에 다시 기로소로 개편을 하였어요… 태조·숙종·영조는 은퇴 후 기로소에 입소까지 했어요… 정조(재위:1777~1800년)때 기구를 정비하면서 폐지했어요.”

그 입소자격(入所資格)과 인원(人員)은 어떠하더냐?

“여기에는 정이품(正二品) 문관 출신 중 70세 이상 노인들이 들어가지요… 임금들은 봄가을에 기영연(耆英宴)을 베풀어 주고… 특히 충신에겐 교서(敎書)와 함께 궤장을 하사했어요… 태조 때는 40명, 태종 때는 70명이 입소하였지요.”

여하튼 기로소가 조선시대 상류사회의 노후복지(老後福祉)를 위한 기구라 하더라도 그 얼마나 나라가 노인을 대접하려 했는지를 증명하는 거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노인들에 대한 복지코드(cord)가 많이 발견되는데 그 중에서 후대(後代)에 모범이 될 만한 것이 궤장제도이다.

“연로(年老)하여 그만두는 은퇴(隱退)신하(정2품 이상) 중 청렴하고 충직한 자에게… 임금은 그 증표로서 의자와 지팡이를 하사하였는데 그걸 궤장이라 하지요… 그걸 받으면 가문의 큰 영광(榮光)으로 여겼지요.”

하여간 그 영감은 무엇인가 못마땅한지 갑자기 강론(講論)을 그만두는게 아닌가! 그러더니 기로소 표석 앞으로 나를 끌고 갔다.

“그런데 말이야! 오늘날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뭐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쳤지만 그래도 우리세대가 피땀을 흘려 이제는 그런대로 잘 살고 있잖소!”

“그런데도 우리 노인들을 홀대(忽待) 할 수 있어요… 노인 분들은 춥고 배고프며 갈 곳도 없어요!”

바로 그 영감의 넋두리는 우리 시대 노인들의 자화상(自畵像)을 말하는 거였다. 내가 구태여 기로소(耆老所) 제도에 관해 지면을 크게 할애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오늘날 어느 마을에 노인요양원을 지으려고 하면 현대판 인간들은 혐오시설(嫌惡施設)이라느니 집값이 떨어지느니 하며 온갖 세상권세를 다 부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문제를 계속 얘기하다가는 자칫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을 터이니 이제는 답사 화두(話頭)를 바꾸어야겠다.

그 답사주제는 광화문 해치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해치에 관해 무슨 학습을 하려고 하느냐?

“교수님! 저것이 그 유명한 광화문 해치상이 아닌가요? 그런데 왜 하필 저런 석수(石獸)를 문 앞에 두었어요?”
사실 광화문(光化門) 해치상은 당신이 아무리 궁궐문화에 대한 천골(賤骨)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궁궐 파수꾼 이라고 말할 거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그 핵심코드(cord)는 해치미학과 만나는 일 일거다. 하여간 동행한 영감의 해치 강론은 그가 아무렇게나 배운 천학(淺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했다.

“만일 궁궐에 무슨 사악한 잡신(雜神)이나 잡귀(雜鬼)가 들어오면… 그 해치는 뿔로 밀어치거나 입으로 물어뜯는 다지요.”

그 이유가 궁궐 첫 대문 앞에 해치를 배치한 연유일 거다.

바로 그 해치석상의 언동(言動)은 ‘왕권의 권위를 해치려는 간신(奸臣)이나 반역(反逆)들은 절대로 궁궐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경고일 거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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