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의 새판을 짜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1-22 19: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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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 {ILINK:1}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장기적인 효과야 물론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집권 3년반 동안 천정부지로 집값이 오르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실망스럽다. 아직도 국민이 분노하는 원인을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은 심히 우려스럽다.

지금까지 부동산정책에서 지나치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대안이 전월세 시장의 안정이다.
부동산 불안의 진원지는 서울 등 대도시이다. 서울의 경우 54.8%가 자기 집에서 살지 못한다. 47.6%는 무주택자이고, 7.2%는 대출 등으로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었지만 경제형편, 교육 등으로 자기집에서 살기 어려운 경우다.
54.8%는 거의 모두 언젠가 내집 마련하겠다는 소박하고도 절실한 소망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정작 지금처럼 엄청난 집값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의 거의 없다. 재산 1분위에서 6분위까지의 국민을 위해서는 근원적인 전월세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

공공임대주택을 전체 주택의 20%까지 확대해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임대주택이 20%에 달하면 부동산문제가 해결된 것이 사실이다. 서울에 40만 호의 중소형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재건축 할당량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공공기관 이전부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도심의 공공기관부지에 인근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중소형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토지 매입이 필요없는 철도부지, 하수처리장 등의 위에 도심형 주거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이미 연간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임대료를 편법으로 인상하기 위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세입자들이 쫓아내는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인 제도가 불완전하다. 독일·네덜란드 등의 사례와 같이 집주인의 직계가족이 직접 이사오는 경우, 세입자가 임대료를 밀리는 등 책임이 있는 경우로, 퇴거 요구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전월세 등록제도를 시행하여 임대 시장을 투명하게 하고, 전월세 정책을 위한 기초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전세보증센터 등으로 세입자의 보증금을 보호해야 한다. 월세·전세자금 대출 원리금·무주택자의 1주택 취득 대출 원리금에 대한 소득 공제 제도 등의 도입으로 서민들의 내집마련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재산 5-6분위의 계층에게는 신규주택의 분양, 금융권 대출 등에서 명실상부한 우선 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신규 주택의 46.1%가 투기세력에게 돌아간다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신규 주택은 정부의 재정 투입, 인허가 제도의 변경 등 각종 혜택의 결과물이다. 정책의 효과는 투기세력이 아니라 실수요자가 누려야 한다.

재산 7-10분위의 주택소유자 계층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재산세 등 관리 비용의 증가,자녀의 내집 마련 기회 봉쇄 등 결코 유익하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의 주된 당사자로 인정해야 한다. 정부 정책을 믿지 않고 주택을 취득했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있는 것은 예측하지 못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정부 관료들이지, 관료를 불신하는 국민에게 있지 않다.

재산 9-10분위의 다주택 소유자에게는 소득 대비 대출 비율 규제 등도 필요하지만, 유동자금의 해외투자 등 ‘강남대체 주택’이 아니라 ‘국내 부동산을 대체할 해외 투자, 간접 투자 상품’의 확대 등이 필요하다.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판교·송파신도시를 건설하고 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미 입증되었다. 인구 4,800만명의 국가에서 전국민이 강남에 살 수 있는 방안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용산을 비롯한 강북과 행정도시 등을 제대로 조성해서 ‘강남’이라는 상징체계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여당이 솔선하여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부동산 문제 해결의 출발점인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힘있는 대안을 모색하려면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이 필요하다. 지난 수십년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경제관료들이 주도했으며, 그 결과 현재의 관료들에게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정부, 여야, 지자체장들의 책임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부동산 정책 목표를 위해 관료들을 통제할 역량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정 업계와 가까운 관료들이 정책의 구상부터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국회 등 정치권이 방침을 결정하고, 행정부가 집행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 회복이 절실하다

경제관료들의 미봉책에 사회의 장래를 맡기기 곤란하다. 정치권이 국민에게 잘못을 고백한다는 전제 위에서,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부동산 정책을 국회가 수렴하고, 여야정·지자체장 협의회 등을 만들어 부동산 정책의 새판을 짜야 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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