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대선의 실패도 마찬가지다. 이회창 후보가 YS, JP와 함께 손잡는 모습을 보여 주기를 그렇게 간절히 원했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는 막판에 깨지기는 했지만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역시 선거를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의 구도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두 번의 대선에서 연거푸 패하면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지지자들은 허탈감과 무력감에 빠졌다. 더욱이 탄핵 영향 속에 치러진 총선마저 패배하면서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처참해졌다.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돌았고 이대로 당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안팎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해 한나라당은 지지율 40%를 넘나드는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지지율만 믿고 안주한 채 또다시 대선을 치른다면 그 결과는 지난 두 번의 대선과 별반 다른 결과를 보여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지금의 지지율은 한나라당이 끊임없는 정책 경쟁을 통해서거나 국민과의 줄기찬 스킨십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단지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편승한 측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마저도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의 구도로 짜여진다면 또다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한나라당을 배제하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이 공조하여 사학법을 통과시킨 사실을 주목하는 것은 이런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여당이라는 간판이 무색할 정도로 처참하다. 이대로라면 지자체 선거는 물론 이어서 치러질 대선에서 승리하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사학법 통과에서 보듯이 열린우리당과 두 야당이 이해관계 조율을 통해 손을 맞잡게 된다면, 이번 역시 지난 두 대선과 같은 구도로 전환될 확률이 크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구상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은 ‘한나라당 주도의 대연정’이라며 자신의 구상을 밝혔지만 이는 사실상 반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고 한나라당을 고립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정권 연장을 노리는 음모라는 사실을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정부는 정부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끊임없이 반한나라당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40%의 고공 지지율만 내세우며 잘 될 것이라는 안일함에 빠져 있다가는 어쩌면 지난 두 번의 패배 후에 가슴 졸이며 우려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그를 뒷받침하는 소위 개혁 세력이 그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잘 수행해 냈다면 아마도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는 설자리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와 개혁 세력은 오히려 그들이 얼마나 돌팔이인지를 확연히 드러내는 결과를 초래했다. 개혁의 실패는 보수 세력의 숨통을 틔워 주었고 더불어 보수 세력으로 하여금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을 허용했다.
마지막 기회인지 모른다. 더 이상 ‘꼴통’ 소리를 듣는 보수여서는 안 된다. 실용주의적인 국민의 눈높이에서 사고하고 노무현 정부의 실정으로 고통받는 국민들과 함께 반노무현 전선을 형성해 나가야 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것이 이 땅의 건강한 보수 세력을 살리고 정권을 되찾아 오는 길임을 확신한다. 역설적이게도 어설픈 개혁과 연이은 실정으로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노무현 대통령이 나는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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