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리더십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2-03 16: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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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맹형규 의원 내게는 딸이 셋 있다.
“아니, 웬 셋?” 하고 두 눈을 똥그랗게 뜨며 갑자기 무슨 말이냐고 되물으실 분들이 많겠다. 혹시 기자들이 이 글을 보고는 맹아무개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고 긁을지도 모르겠다. 정치판에 도는 말이란 게 하도 무서워서 꺼내기도 두렵다.

하지만 이는 맞는 말이다. 두 아이는 내가 낳은 딸이고 한 아이는 내가 밥을 먹여 키운 것은 아닌 삼은 딸이다. 이를테면 수양딸인 셈인데 앵커 시절에 사회단체로부터 누구 한 명 도와주겠느냐고 해서 냉큼 그러마고 했더니 소개한 것이 인연이 되어 만났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병석에 계시는 중학교 2학년짜리였는데, 그때부터 전화나 편지를 주고받으며 지내온 시간이 벌써 10년을 훌쩍 넘었다.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이던가. 형편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려는 아이에게 “너 대학 가라. 이 아저씨가 도와줄 테니” 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경기도 어느 지역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한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견하게 자란 아이를 보면 기분이 아주 흐뭇한데, 아마도 누구를 돕는다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 머지않았을 텐데 이 아이가 결혼할 때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갈 생각을 하면 지금부터 가슴이 뿌듯하다.

잘 자라 줘서 흐뭇하고 뿌듯한 건 분명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는 안타까운 연민 같은 게 아주 없지 않다. 이런 마음은 아이가 호남 출신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호남을 떠올리게 되면 드는 감정과도 같다.

나는 호남에 대한 애정이 많다. 그건 어렸을 적에 힘 약한 친구의 편에 서려고 노력하던 마음과도 통한다. 물론 호남이 약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왠지 홀대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느낌이 싫다. 넓은 땅덩어리도 아니고, 게다가 남과 북도 나누어진 마당에 또 어느 한편을 따돌림하고 가르려는 시도는 통합을 부르짖는 마당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산업자원위원회 위원장을 지낼 때에도 호남에 대한 지원은 아낌없이 했다. 전남에 바이오단지를 형성한다고 해서 예산도 책정했고 광주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일에도 도움을 주었다. 최근에는 ‘학생의 날’ 명칭을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라고 바꿔 달라는 광주일고 동창회의 요청을 받고 결의안을 만들어 흔쾌히 국회에서 통과시킨 일도 있다.

어떤 이들은 호남 표를 의식해서 의도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냐고 색안경을 쓰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내 대답은 단호하다. 아니다.

그러나 북부의 지도자였던 링컨은 대통합을 선언했다. 남부 사람들에 의한 남부의 재건을 도왔고, 남부 출신 인재들을 과감하게 등용했다. 북부 사람들 중 일부는 이런 링컨을 비난했지만 이는 오늘날 세계 최강의 미국을 만드는 시발점이 되었다.

링컨의 리더십이란 곧 통합의 리더십일진대 그러나 정작 노 대통령의 정치에서 이러한 통합을 찾아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극심해지고 편가르기식 정치는 여당과 야당을 상생이 아닌 대립의 구도로 고착시켰다. 심지어 수도를 나눈다며 서울과 지방의 갈등마저 부추기고 있다. 어디에도 통합은 없다.

나는 지난 2003년 초,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앞두고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들과 저녁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분명히 말했다. 편가르지 말라고. 국가원수가 되었으면 모두 내 국민이라는 생각으로 끌어안고 가야지 이쪽은 내 편, 저쪽은 네 편식의 편가르기는 나라를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간절히 건의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마치 화석인 양 여전하다.

통합이 이렇게 요원한데 통일은 또 얼마나 먼 길을 돌아가야 할 것인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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