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의원의 발언시간이 길다고 발언을 제지하는 의원, 장애인 의원이 제기하는 장애인 문제에 고민하지 않는 의원, 장애인 복지는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며 정책적 고려 대상에서 항상 뒷전으로 미루는 의원!
이러한 그들의 저급한 장애인 인식을 보면서 17대 국회가 출범한지 3년여 만에 장애인을 정책적으로 배려하여 비례대표 상위순번으로 공천하던 그 초심이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참여정부는 출범 직후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30%로 삭감하는가하면 장애인 차량에 대한 LPG 지원제도의 축소 및 폐지를 관철시켰고, 장애인 예산의 지방이양으로 지역간 격차를 벌려놓는 등 장애인들로부터는 불참정부로 낙인찍힌 불명예를 안고 있다.
헌신짝처럼 버려진 장애인들의 바램과 자존심이 또한번 짓밟힌 이날의 국회 모습에서 아직도 요원하기만한 대한민국 장애인의 현 주소를 보는 듯해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고, 그로인해 은근히 치밀어 오르는 부아를 참을 수 없을 지경이다.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 이 땅의 소외된 자로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들의 설움도 알지 못하는 무지한 자들이 오로지 정권 연장에만 혈안이 되어 지역갈등을 넘어 세대갈등을 부추기더니 이제는 노인과 장애인간의 계층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작태에 대해 500만 장애인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심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연금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기초노령연금은 법안심사 소위 심사를 거친 후 12월 7일 상임위에서 다시 처리하기로 하였지만, 장애인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사각지대 해소와는 전혀 동떨어진 제도로서 엄밀한 의미에서 개혁이라 할 수 없다.
연금개혁의 가장 중요한 원칙과 방향은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해소해 국민 누구나 기초노후소득보장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ㆍ여당과 민주당은 이 같은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으며, 마땅히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해야할 연금개혁안을 상임위원회 의석수에 의해 밀어 붙인 것이다. 또한 기초노령연금 수준을 15%로 전체노인 80%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202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부대결의를 추진한다고 하나, 이는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사각지대 해소가 빠진 연금개혁에 대한 비판을 상쇄하기 위한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한‘쌩쇼’라 할 수 있다.
2008년 7월부터 시행될 노인수발보장법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갖고 있는 생각은 보편적 요양서비스가 아니라 노인성 질환자 중에서 와병 상태의 대소변도 못 가리는 중증노인만을 대상으로 시설요양 위주로 시행하다가 국민들의 반응을 봐가면서 슬금슬금 보험료를 올려 재원이 확보되면 서비스 대상, 수준 및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도가 이러하다 보니 제도의 명칭 또한 애초의 장기요양서비스가 필요한 국민 전체를 그 대상으로 하는 ‘국민요양보장’ 혹은 ‘장기요양보장’제도에서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요양 보장’제도로 바뀌었다가, 다시 요양비와 치료비를 제외한 수발만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수발보장’제도로 바뀌었다. 이는 호랑이를 그리려다가 고양이도 그리지 못하고, 쥐를 그려 버린 꼴로서 참여정부의 정책 입안 능력의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낸 대표적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누구보다도 수발서비스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 장애인임을 정부가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법안에서 장애인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은 장애인을 재외국민이나 불법체류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고서야 무엇이겠는가? 장애인의 수명은 일반인보다 짧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누구보다 요양이 필요한 장애인들을 배제하는 처사는 국가가 장애인을 포기한 것이나 진배없는 것이며, 이는 만행에 가까운 국가의 횡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장애인들의 거센 항의가 있자 복지부는“장애인은 국가재정에 의거하여 노인요양 보장제도의 급여 수준으로 간병ㆍ수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해명하지만 현재까지 어떤 장애인 복지 제도로도 수발서비스가 보장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 부담으로 수발 서비스를 제공할 의사가 있다면 왜 국가 예산이 적게 드는 사회보험을 놔둔 채 굳이 예산이 많이 드는 제도로 간병ㆍ수발 서비스를 제공하려하겠는가?
정부와 여당은 더이상 장애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를 장애인 당사자 개인차원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될 것이며, 장애인들로부터 완전히 신뢰를 잃어버리기 전에 장애인을 포함한 사각지대 해소 및 요양을 위한 국민연금법과 장기요양보장제도의 즉각적인 시행을 정중히 요구하면서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500만 장애인들과 함께 정권교체 운동에 앞장 설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