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압축 요약한 헌법 전문은 이렇게 적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후략)
그렇다.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가치는 위에서 지적하듯이 3.1운동의 민족정신, 4.19민주정신과 조국의 평화적 통일이다. 이것이 우리가 지키고 지향해야 할 가치요 정체성이다. 마찬가지로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과 가치는 무엇인가? 첫 번째가 지역구도 타파, 두 번째가 정치개혁, 세 번째가 잘사는 나라로 압축요약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당의 민주화를 위해 그동안의 구태정치인 1인 보스에 의한 공천권을 당원들에게 돌려주었다. 열린우리당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당원의 주인 됨의 선언이다.
헌법이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 작용의 기본원리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이고, 그 첫 번째 가치가 ‘주권재민’이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국가 통치의 기본원리만큼이나 공당인 정당에서는 ‘헌법’에 준하는 정당의 기본 방향과 운영원리인 ‘강령’과 ‘당헌’이 있다. 열린우리당의 당헌 제5조는 당원의 권리에 대해 당의 주요활동 -정책입안, 의사결정, 당직 및 공직후보자의 선거 · 피선거권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과거 돈 정치, 보스 정치, 지역주의 정치, 부패정치를 끝장내기 위해, 열린우리당은 ‘기간당원제’, ‘당정분리’, ‘상향식 공천제’, ‘지구당 폐지’ 등의 정치개혁을 천명했다. 당원들이 적극 참여해서 실천했으며, 국민 들은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최근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당의 지지도가 최악의 상황이고, 책임 논쟁과 정계개편 등을 둘러싼 논의가 불붙자, 위기의 본질도 아닌,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이뤄낸 ‘정치개혁’의 산파역할을 한 ‘기간당원제’를 전격 폐지키로 결정했다.
또한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정계개편 문제에 있어서도, 당의 기본적인 의사체계인 ‘전국대의원대회’나, ‘중앙위원회’로부터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터무니없이, ‘국회의원’에게만 설문조사를 통해서 이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위험한 발상이다. 이는 명백히 현 비상대책위원회 권한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며, 열린우리당의 과거와 미래도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김근태 당 의장은 오늘, ‘당의 힘은 당내 민주주의에서 나온다’고 밝히고, ‘당내 민주주의의 핵심은 토론의 자유와 행동의 통일’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당의 운명’은 ‘당의 주인’에게 묻지 않겠다고 하니 참으로 이해 못 할 일이다. ‘위기상황’일수록 냉정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이미 ‘열린우리당’의 상황은 ‘미봉책’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 있다.
‘환골탈태’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창당 정신에 걸맞게 정계개편을 하는 부분까지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 모두를, ‘당원’에게 묻고 그에 따라야 할 것이다. ‘주권재민’의 정신에 따라 국민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듯 공당인 ‘열린우리당’의 운명 또한 당의 주인인 ‘당원’의 뜻과 지혜를 모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헌법을 지키지 않고 물리력을 동원해 헌정을 중단하는 사태를 우리는 쿠데타로 규정한다. 열린우리당의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모든 당권은 당원들로부터 나옴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정신과 민주적 의사를 무시하는 행위는 쿠데타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전권비상대책위원회(다만 당헌 개정은 제외)의 월권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당원의 뜻을 묻는 전당대회의 개최를 촉구한다.
방금 전 이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 정계개편에 대한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게 되었다. 노무현대통령은 ‘우리당의 정책적 역사적 법적 정체성을 유지 변화 발전시켜서 국민 속에 뿌리내리는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정계개편이라 함은 4년에 한번씩 총선을 통해 국민들이 정해주는 국회의원의 숫자가 정계개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뜻과 의사를 반하여 갈수 는 없다. 국민의 길과 같이 가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국민들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에 등을 돌렸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창당정신에 맞게 서민과 중산층 편에 서서 일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라는 것에의 갈구라 생각한다. 부서지고 상처받은 당을 수선해서 앞으로 가는 길에 나참반은 역시 창당정신이다. 국가의 진로를 주인인 국민에게 물어야 하듯 당의 진로 또한 주인인 당원에게 먼저 묻는 것이 순리임을 어찌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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