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한가람’이라는 고어에서 유래되었다. 여기서 ‘한’은 ‘크다, 넓다, 바르다, 가득하다’를 뜻하며 ‘가람’은 ‘강’을 뜻하는 고어다. 그러므로 한강은 ‘크고 넓으며 가득한 물이 흘러가는 강’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삼국시대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한’을 ‘漢’으로 차음 표기하기 시작하면서 옛 이름이 사라지고 한수(漢水), 한강(漢江), 한강수(漢江水) 등으로 불렸다.
한국의 웅비하는 모습을 ‘한강의 기적’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한강의 역사적·지리적 가치는 한민족 역사의 중심과 같이하고 있다. 따라서 한강의 지금 표기는 대한민국의 중심, 한민족의 중심을 상징하기엔 미흡하다.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한강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과 위상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서라도 표기에서 중국을 연상시키는 한(漢)은 부적절하다. 더욱이 크다는 의미는 한(韓)이 더 가깝다.
마침 서울에 대한 중국어권 표기를 ‘漢城〔한청〕’에서 서울과 발음이 비슷한 ‘首爾〔서우얼〕’로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이참에 한강의 의미를 바로잡고 우리의 자긍심을 나타낼 수 있는 명칭으로 변경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한강은 예로부터 늘 우리 민족의 중심 무대였고 국가 발전의 기틀이었다. 신라의 삼국통일은 한강을 차지했을 때 비로소 가능했다. 수도 서울을 탄생시킨 모태로서의 한강은 오늘도 서울의 중심에서, 역사의 중심에서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우리의 삶과 문화 그리고 역사가 이 강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6·25 동족상잔의 쓰라린 비극을 딛고 불과 몇십 년 만에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발전을 이루어 낸 것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에서도 한강의 중요성은 여실히 드러난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상징이고 바로 그 서울을 상징하는 것은 한강이다. 한강은 곧 대한민국과 서울의 과거이자 현재요 미래가 아닐 수 없다. 서울과 한강은 우리 역사 발전과 한계를 응축시켜 놓은 지점이다.
외세와 전쟁에 짓눌릴 때는 수난의 상징이었고, 1960~1970년대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개발의 상징이었다. 1980~1990년대는 획일적인 콘크리트 제방이 ‘암울한 시대’의 상징이기도 했다. 새천년 들어 한강을 ‘시민의 강’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반문화적인 개발의 음영은 아직 짙게 남아 있다.
21세기 한강은 다시 재창조되어야 한다. 한강은 민족 문화를 통합하고 한민족 문화를 세계로 여는 중심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강을 국제화 시대, 환경과 문화의 시대에 걸맞은 모습으로 바꾸고 새로운 한강 시대의 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세계의 한류, 문화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지 않았으므로 한강의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한강을 통해 새로운 한민족 문화의 시대를 활짝 열어야 한다. 희망의 빛을 잃고 활력을 잃어 가며 점차 침체와 절망의 늪으로 빠져드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의 상징으로 ‘한강 문화 시대(韓江文化時代)’를 열어야 한다.
서울을 창의적 사고와 창의적 사람들이 넘쳐나는 ‘문화 공동체’, 계층간·지역간 갈등을 넘어서 화합하고 화해하는 ‘생활 공동체’, 한민족 문화를 세계로 발산하여 아시아와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는 ‘세계 공동체’로 재창조하는 일이 바로 한강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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