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정전 어도 행보, 법도에 어긋나는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2-14 19: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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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근(노원구청장) ‘술병이 아름답다고 그 술맛이 좋은 게 아니다… 그러므로 병마개를 열어 그 맛을 음미해 봐야 한다.’

아무튼 이 천학은 그런 생각으로 과연 근정문(勤政門)이 무엇인지 그걸 열어볼 터이다.

근정문은 알다시피 왕이 집무하는 정전(正殿)이며 근정전의 정문이다.

“고설삼문(高設三門) 양식으로 중문(中門)으로는 왕이 다니시고 동문(東門)으로는 문반(文班)들이… 그리고 서문(西門)은 무반(武班)들이 출입을 하지요.”

그런데 요새 사람들은 그런 궁중 법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 문전에서 털썩 주저앉아 쉬기를 좋아한다. 여하튼 그 노교수는 내게 이런 말을 걸었다.

“선생께서는 지금 아주 중요한 지점에 서 있어요… 왜냐하면 임금이 즉위 할 때 이 근정문을 통해 들어왔거든요.”(보물 812호)

그렇게 왕권 상징의 권문(權門)이고 왕통 상징의 법문(法門)인지라 그 문의 입궁법도는 엄격하다.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근정문(勤政門)으로 입궁하는 경우는 임금이 즉위식을 할 때, 세자 책봉식을 할 때 그리고 외국 사신(使臣)이 임금을 알현(謁見)할 때이지요… 그래서 누구라도 근정문을 좌우로 무단 횡단하거나 무단 침입을 하면 심한 체벌을 받지요… 그 법도를 어긴 자와 그걸 막지 못한 수문군(守門軍)은 예외 없이 곤장 100대를 맞는데요.”

여하튼 근정문으로 입궁하여 근정전에서 임금 즉위식(卽位式)을 치른 군주는 여덟이시다.

그러나 근정문은 항상 개선문처럼 승자(勝者)가 장(場)을 펴는 축제의 문이 아니다. 그 역사를 잘 돌이켜보면 비극의 현장으로 변란(變亂)의 핏기가 흥건하다.

방원의 난은 신의왕후 한씨 소생 방원(芳遠)이 경처(京妻) 신덕왕후의 소생 방석(芳碩)이 세자로 책봉되자 이에 불만을 품고 일으킨 골육상쟁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기초로 방원의 난에 대한 경위를 알아볼 터이다.

방원의 난은 1398년 8월 26일(태조 7년)에 일어났는데 그 때 방원군사는 어떻게 정도전, 남은, 심효생 등을 숙청하였을까?

‘방원 군사들이 근정문 주변에 무장을 한 채 3일 낮밤을 싸워 정도전 등 방석의 세력을 처치하였다.’

그렇다면 방원 군사가 왜 그의 이복형제 방석(芳碩)의 세력을 제거하였을까?

태조실록의 기록은 이러하다.

‘방원(정안군)은 조준(좌의정)과 김사형(우의정) 등을 궁궐로 불러들였더니 몹시 두려워하고 말 앞에 꿇어앉았다.’

이에 방원은 무엇이라고 말하였나?

‘정도전과 남은 등이 어린 방석을 세자로 꼭 세우려고 하여 나의 동모(同母) 형제들을 제거하려 하므로 내가 이로써 약자가 선수를 쓴 것이라.’

그 태조실록은 태종의 후왕 세종 때의 집권 세력이 훗날 기록한 것인지라 그걸 통째로 신뢰할 수는 없지만 그 사건의 대강은 그러했다.

도대체 권력 다툼이란 무엇일까?

권력을 배당하는 문제로 혈육 간에 피를 봐야할까? 세상에 재산은 나눠도 권세는 분할하기 어렵다더니 그게 사실인가 보다… 고려 무부(武夫) 정치가 한창이었을 때 문하시중(門下侍中) 최충헌이 중병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도… 그 아들 최우와 최항은 왜 혈투를 벌였는가? 통일 신라의 국운이 패망의 늪에서 허우적댈 때도 경순왕과 그 아들 마의태자(麻衣太子) 간에는 또 어떤 다툼을 벌였는가?

경순왕 부자(父子)간에 ‘고려 왕건에 항복(降伏)을 하느냐 아니면 결전(決戰)을 하느냐’를 놓고 한바탕 벌어진 권도전쟁(權道戰爭)은 또 어떠했는가?

그런 극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과연 통치자가 취해야 할 ‘왕도(王道)’는 무엇일까?

왕(王)도 신하(臣下)도 백성도 종국에는 다 죽을 텐데… 어찌 그 권세에 집착하여 혈육의 인연을 끊어야 할까… 그런 세상권세가 과연 천륜(天倫)을 꺾을 수 있다는 말인가? 후세 사가(史家)들은 그런 역사를 어떻게 기록할까?

근정문을 통과하니 전방에는 규모가 비교적 큰 네모난 마당이 나타났고 이어 근정전이 후미 중앙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행랑채와 회랑(回廊)이 정중한 모양으로 근정전을 사방으로 에워싸고 있어 궁궐의 장엄미와 권위감을 한결 높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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