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장의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열린우리당은 선 리모델링, 후 정치권 외부의 시민사회까지 포괄되어 새롭게 태어나는 대통합의 경로로 나아가야 하며, 낮은 지지도를 만회할 목적으로 무리하게 신당 추진의 길에 나서면 안된다는 것이다. 신당 추진론자들은 열린우리당이 이미 생명을 다한 죽은 정당이므로 신당 추진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신당을 말하려거든 어떤 정신과 노선을 가진 정당을,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겠다는 정도의 준비는 하고서 신당 추진을 주장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때 그들이 말하는 신당은 조소의 대상이 된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민주당을 부정하면서 태어난 정당이다. 국민들은 창당 주체들의 희생적 결단과 새로운 정치에의 의지를 인정했다. 그래서 탄핵사태 이전에 이미 열린우리당은 지지율 1위의 정당이었다.
그런데 우리당 의원들은 그런 정당의 후보로서 자랑스럽게 달았던 뺏지의 가치를 탄핵 후폭풍 아니었으면 당선이 어려웠을 거라는 의미의 ‘탄돌이’라는 조롱거리 수준으로 스스로 전락시키고 있다. 모든 책임을 노무현대통령 1인에게 돌리고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었다는 듯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까지 부정하며 조급하게 신당을 추진하는 것은 그런 비아냥을 더욱 가속화시킬 뿐이다.
신당을 하자는 쪽도 그 신당이 우리당의 창당 정신(적어도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는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아니, 적극적으로 주장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들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스스로가 출발해 온 지점을 부정하면서 다시 그 정신을 강조한다는 모순에서 비롯된다. 결국 주장이 문제가 아니라 실천이 문제인 것인데 그 실천의 진정성에 대한 짙은 의심, 회의가 신당론의 토대를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히 신당을 주창하려 한다면 대통령후보 희망자들이 출마 포기 선언을 하고 국회의원들은 차기 총선 불출마선언이라도 해서 국민 앞에 희생의 번제물을 바쳐야 하는 것 아닐까?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또다시 분열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반성하고 정련하고 거듭 태어나는 작업에 임하는 것이다. 전당대회는 아무런 항로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발전적 해체’를 결정하는 자폭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내가 민주당과의 통합을 무조건 백안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일은 우리당이 그렇게 안달복달하지 않더라도 대선 국면이 가팔라질수록 절로 해결되게 되어 있다는 것이 내 짐작이다. 배타적이지는 않되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느긋하게 이루어가야 할 문제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겪었듯이 매달리고 집착할수록 우리당은 ‘노빼고, 창당주역들 빼고’ 하는 식의 수모를 겪을 뿐이고 일의 성사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나아가 통합은 대통합이어야 한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열린우리당은 현재의 대선국면에서 정계 개편을 주도할 동력을 상실했다. 우리당이 통합을 주도하려 해서는 내세우는 목표가 뭐라 할지라도 결국 민주당, 고건파 정도를 아우르는 호남 통합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대선,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에게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 거기에는 아무런 희생도, 감동도 없기 때문이고 오직 정치적 현찰만 좀더 보유하는 정도의 의미만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선 리모델링, 후 대통합의 경로를 선택해야만 한다. 이 점에 합의한다면 신당파와 당사수파가 목숨걸고 싸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통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치권 외부의 시민사회로부터 새로운 동력이 형성되어야만 한다. 중도개혁세력의 몰락이 국가적 불행이라고 믿는 시민들이 뉴라이트처럼 새로운 강령을 제시하고 조직적으로 정치운동의 전면에 나설 때, 그때 비로소 대통합의 기운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자임할 때 우리같은 기성정당들은 일체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그야말로 ‘발전적 해체’를 통해 응답함으로써 대통합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길이 열린우리당이 전비를 씻고 국민의 지지를 다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아울러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단일 후보를 선출함으로써 대선 승부를 역전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꿈같은 소리라고 해도 열린우리당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이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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