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궁(正宮) 법궁(法宮) 행궁(行宮)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2-17 17: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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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근(노원구청장) 여하튼 우리 일행은 근정문에서 어도(御道)를 따라 근정전으로 접근해 갔다.

‘이 어도는 함부로 아무나 다니는 길이 아니라 했는데… 임금이 공식 의례 때나 다니는 길이라는데… 이 천학(淺學)이 함부로 그 어도를 밟을 수 있나!’

그렇지만 이 천학이 근정전 어도를 행보하는 것은 궁궐 법도에 심히 어긋난다고 깨달은 것은 이미 월대석(月臺石)에 도착해서 이다.

하여간 근정전 신상명세서부터 알아보자.

“근정전은 태조 3년 1394년에 처음 지었는데… 1592년 4월 임진왜란으로 송두리째 불탔지요… 그러나 근정전이 복원된 것은 무려 273년이 지나 서지요… 고종 2년 1865년 4월 13일에 착공하여 고종 4년 1867년 11월16일에 다시 지었으니까요… 그 기간 동안은 창덕궁이 법궁과 정궁의 역할을 하였지요.”

여기서 정궁(正宮)은 뭐고 법궁(法宮)은 무엇이더냐?

아마 당신도 때로는 이궁(離宮)이니 행궁(行宮)이니 하는 말을 자주 들었겠지만 솔직히 그걸 정확히 모를 거다.

“궁궐은 그 용도에 따라 법궁(法宮)·정궁(正宮)·이궁(離宮)·별궁(別宮) 등으로 구별하지요… 법궁은 왕조의 법통을 상징하는 정궁을 말하는데 그게 바로 경복궁이지요…이궁은 정궁에 화재나 변고가 있을 때… 잠정적으로 왕실과 내각이 들어서는 궁궐을 말하지요… 바로 창덕궁·경희궁·덕수궁이 여기에 해당되지요… 별궁은 상왕(上王) 또는 대왕대비(大王大妃)가 머무는 공간으로 창경궁이 이에 해당하지요… 창경궁(수강궁)은 세종이 상왕 태종을 위하여 처음 지은 궁궐이지요… 이외에 행궁(行宮)이라는 게 있는데 그건 임금이 행차 할 때 일시 머무는 궁을 말하는데 정조가 그의 부친 사도세자 능을 참배 하러갈 때 화성(華城) 행궁에서 묵었지요.”

잠시 짬을 내어 궁궐 분류를 공부하였으니 다시 경복궁 강론으로 돌아가야겠다.

경복궁을 짓는데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동원되었고 그 규모는 얼마나 되나?

“공사기간은 2년 6개월이 걸렸어요… 무려 노동력이 연인원 3만6000명이 투입되었지요… 규모는 7841칸 반이며 궁장(宮牆)길이는 약 4km(걸음 1813보)이지요… 1910년 일제 강점 후 전각, 당, 누각 등 4000여 칸의 건물을 헐었지요… 그 후 일제는 1915년 소위 조선물산공진회를 연다는 구실로… 흥례문, 광화문, 궐내각사 등을 대부분 헐어버렸고요.”

여하튼 나는 그 경복궁 이력서를 그렇게 꼼꼼히 챙겨봤다.

그렇다면 대원군은 왜 경복궁 중건이라는 대역사(大役事)를 시작했을까? 노객(老客)의 강의는 그런 궁금증을 풀 때 아주 긴요했다.

“조선 말기는 대내외적으로 혼란한 시국이 계속 되었어요… 밖으로 미·영·중·일 등 열강들이 조선을 침탈하려 하고… 안으로는 순조·철종 등을 거치면서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勢道政治)가 극에 달했지요… 이로 인해 국정이 문란해지고 민란(民亂)이 끊이질 않았어요… 이런 혼란정국에서 그의 아들 고종이 어린지라 무슨 정치력이 있겠어요… 그래서 대원군은 왕권을 위한 여러 개혁 작업이 필요 했던 거죠.”

그렇다면 대원군은 무엇으로 개혁 사업을 벌였나?

“서원 철폐, 척화비 건립, 법전편찬, 탕평인사, 비변사 폐지, 경복궁 중건 등이 그런 것들이죠.”

그러나 여기서 대원군의 개혁코드 중 서원철폐와 연루된 빌미는 아주 엉뚱하다.

대원군의 개혁사업은 그 야망이 대단했다. 당시 일본은 자칭 천황국(天皇國)으로 행세하고 중국은 황제국(皇帝國)으로 대접해야 하고 거기다 서구열강은 조선에게 개항을 강압하고 있었다.

여기서 대원군은 부국강병(富國强兵)이야말로 조선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고 믿은 거다.

“그러니까 그 개혁정국을 주도하기 위한 사업의 하나가 바로 경복궁 중건인데 그걸 통해 강력한 정치적 결집을 도모하려 했던 거지요.”

여하튼 대원군의 왕권강화 정책의 배경은 “이제는 더 이상 조선은 청나라의 제후국(諸侯國)이 아니라 황제국(皇帝國)으로 가야한다”는 야망이 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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