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은 신중한 판단을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2-18 17: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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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ILINK:1} 도심에서는 좀체로 볼 수 없는 까마귀 떼 수천마리가 서울 강서구 하늘을 뒤덮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까마귀 떼는 선거 때에도 몰려든다. 강서구에 몰려든 까마귀들도 대선이 가까워지는 줄 아는 것일까. 새까맣게 선거들판을 덮은 까마귀들의 ‘까악, 까악’하는 울음소리가 더욱 더 시끄러워지기 시작하면 선거는 시작된다. 더구나 대선은 더욱 요란스럽다.

대통령을 임금님과 동일시하는 풍조 속에서 “하늘이 낸 사람이 바로 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꿈을 안고 대통령선거에 나선다.

입후보 등록금만 있어도 강북에 제법 큰 아파트 한 채 마련할 수 있을 돈인데 아깝지 않게 선뜻 내놓는다. 제 돈 제가 내는데 무슨 시비냐고 따지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3700만 유권자 중에서 몇 만표 받기도 힘들 텐데 그 돈으로 불우이웃 돕기라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입후보 하는 이유는 나름대로 그럴듯할 것이다. 입신양명(立身揚名)으로 이 세상 나와서 이름이라도 알리겠다는 심정이면 그건 그의 자유다. 당선은 어렵더라도 자기가 갖고 있는 경륜과 정책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겠다는 생각이면 충분히 일리 있다. 이런 여러 후보자 중에서도 국민의 관심대상은 손가락에 꼽힌다.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무소속 고건 등이 앞서 있고 열린우리당에서는 지지율이 형편없지만 정동영과 김근태를 내세우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외에도 원희룡, 유시민, 김혁규, 김부겸, 고진화 등도 오르내린다. 그런데 까마득히 잊혀졌던 이회창이 공식적인 연설 몇 차례 하더니 느닷없이 정계복귀를 한다고 떠들썩하다. 그가 정계를 은퇴한 것은 차떼기 정치자금으로 측근들이 감옥에 들어간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결정한 일이다. 그래도 두 번 다 1000만표를 받았던 저력 때문에 ‘창사랑’ 팬들이 그의 복귀를 염원해 왔던 건 사실이다.

여러 가지 조짐으로 미뤄봐 그의 대선 3수 열망은 분명해 보인다.

그가 복귀할 풍토를 조성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에게 쓴잔을 안겨줬던 김대중의 연설정치 재개에 있다. 또 김영삼과 김종필의 움직임도 용기와 확신을 주었을 것이다. 대통령을 지낸 80대의 고령자들도 영향력을 행세하려 드는데 70대 초반의 연부역강한 이회창이 못 나설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 하는 태도다.

그의 특보를 자처하는 측근들은 이회창이 좌파정권을 비판하는 강연을 하는 것이 바로 정치재개라고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내년도에는 비좌파대연합을 결성할 것이라고 공언한다. 이회창이 대선에 나서려면 한나라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비좌파대연합은 모양 갖추기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현재 경선에 대비하여 뛰고 있는 후보들과는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그들 모두가 순순히 물러날 사람은 아니다. 필연적으로 경선을 치러야 한다.

지금 국민 여론대로라면 차기 대권은 한나라당이 차지할 공산이 크다. 노무현정권에 대한 실망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회창이 뛰어들면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된다. 이인제의 경선불복으로 분열, 실패했던 과거사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국민들은 분열보다 통합을 원한다. 빅3에 원희룡이 이미 가세했고 이회창까지 거든다면 꼴불견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의 복귀에 대하여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최구식은 “1차 때는 아들 병역, 2차 때는 아들 딸 빌라문제 등 본인과오로 패배를 자초했다”고 직격탄을 날리며 부정적 견해를 표명했다.

필자는 두 차례 패배의 원인을 이회창 가족만으로 연결짓는 것에 반대한다. 그것은 네거티브 캠페인에 걸려든 조그마한 사건일 뿐이다.

대선후보쯤 되면 미래를 예측하고 판단하는 예리한 관찰력과 판단력이 필수다. 국가안보를 지켜내고 치안을 안정시키며 경제를 흥륭하게 하는 정책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수많은 인적자원을 골고루 활용할 수 있는 용인술(用人術)에서도 남달라야 한다.

그런데 이회창은 처음 나와서 현역 대통령인 김영삼의 탈당을 권유하는 어처구니없는 거만한 실수로 스스로의 팔 다리를 잘랐다.

IMF를 가져온 인기 없는 대통령이지만 그 밑에서 자란 이회창은 끝까지 예우를 잃지 말았어야한다. 그렇다면 30만표가 모자랐겠는가.

두 번째에도 지난번의 과오를 깨닫지 못하고 신한국당과 민주당을 합쳐 한나라당을 만든 이기택과 조 순 그리고 민정계와 민주계를 대표하는 김윤환과 신상우 등 당내 최고 실력자들을 모조리 공천에서 배제하여 스스로의 몸통을 두 동강이로 만들었다.

개표 결과 모자란 50만표를 노무현에게 사전 진상한 셈이다. 이처럼 빤히 내다보이는 산수도 풀지 못하는 이회창의 정계복귀는 본인은 물론 국가사회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냉철하고 신중한 판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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